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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로 조기 종영당한 시트콤서 큰 상처... 죽을 듯이 연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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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로 조기 종영당한 시트콤서 큰 상처... 죽을 듯이 연기해요"

입력
2014.11.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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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서 악녀 역할 도맡다가

복잡한 심리 표현 정숙 역 변신

처음으로 국제영화제서 수상도

김서형은 "죽을 듯이 힘을 다해 연기했는데(드센 역할밖에 못할 거라는) 편견만 돌아올 때 서글펐지만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해서 편견을 깨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서형은 "죽을 듯이 힘을 다해 연기했는데(드센 역할밖에 못할 거라는) 편견만 돌아올 때 서글펐지만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해서 편견을 깨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우 김서형(41)을 만나면 기가 눌리는 느낌이 든다. 희대의 악녀 신애리(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기억 때문일까. 170㎝가 넘는 큰 키에 강인해 보이는 인상도 한몫 할 것이다.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간 사자 같은 포효를 들을 것만 같다.

한없이 강인해 보이는 외양을 갖고 있지만 그에게도 여린 면이 있다. 그래서 그가 눈시울을 붉힐 땐 더욱 슬퍼 보인다. 최근 우연찮게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2012)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랬다. “120부 시리즈를 27회 만에 종영했는데 아무런 언질도 듣지 못하고 ‘해고’ 통보를 받은 거죠. 배우가 이렇게 쉽게 버림 받을 수 있는 불안한 직업이구나 싶었어요. 오죽하면 1인 시위를 해볼까 생각했겠어요. 상처를 크게 받았죠.”

20일 개봉한 영화 ‘봄’은 그의 상처를 치유해준 작품이다. 196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근육이 굳어가는 병 때문에 작품 활동을 포기하려 하는 조각가 남편(박용우)이 다시 창작에 대한 욕구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아내의 이야기다. 예술가로서 스러져가는 남자 준구와 생계를 위해 누드모델로 나선 젊은 과부 민경(이유영)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지만 김서형이 연기한 정숙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 인물이다. 그는 자극적인 대사나 강렬한 표정 변화 한 번 없이도 지고지순하면서 강인한 내면을 가진 정숙의 복잡한 심리를 차분하고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처음엔 정숙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수없이 (조근현) 감독님에게 질문했죠.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질투와 시기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감독님이 그게 정숙의 캐릭터니까 그대로 받아들이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내려 놓고 정숙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죠. 연기와 연기가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연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 주변을 걷고 또 걸었어요. 그렇게 받아들이니 정숙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김서형의 연기력을 먼저 알아본 건 해외 영화제였다. 7월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국제영화제에서 그는 외국어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9년 ‘아내의 유혹’으로 SBS 연기대상 연속극 부문 여자연기상을 받은 걸 제외하곤 상과 거리가 멀었던 그가 영화로는 처음 받은 여우주연상이다. “영화제에 함께 참석했던 분들 모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한복을 입어서 무척 더운 데다 경황이 없었죠. 감사한 일이지만 보상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1992년 미스강원을 거쳐 1994년 KBS 1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서형은 오랜 시간 무명의 시간을 보냈다. 2003년 김성수와 출연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주목 받기 시작해 ‘아내의 유혹’으로 화려하게 만개했다. 하지만 신애리는 그에게 약이자 독이었다. 강인하거나 표독스런 캐릭터만 자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김서형은 그 안에서 계속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려 했다.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기황후’ 그리고 최근 방영한 ‘개과천선’ 등이 그 결과물들이다.

“드라마로 풀 수 없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영화에서 해소합니다. ‘번개와 춤을’(2013) 같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작품이 좋으면 단편영화도 독립영화도 가리지 않아요. 저는 늘 죽을 듯이 연기하려 했습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주어지는 것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글ㆍ사진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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