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생후 1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냉동실에 넣어 사망케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1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박씨와 범행을 공모한 남자친구 설모(20)씨는 앞서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박씨는 올해 초 설씨와 함께 아이를 낳았으나 부모로부터 비난과 질책을 받고, 자식을 키우면서 정신적ㆍ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아 설씨와 자주 다투게 되자 ‘차라리 아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살인을 공모했다. 박씨는 지난 2월 한밤 중 아이가 심하게 울자 설씨와 다투던 중 “아이를 죽이자”는 설씨의 말에 동의해 집밖 계단에서 망을 봤으며, 설씨는 그 사이 아이를 냉장고 냉동실에 넣고 집을 나왔다. 설씨는 박씨와 20분 가량 술을 마시고 돌아와서 아직 우는 아이를 꺼내 목을 조르고 다시 냉동실에 넣은 후 노래방에 가 새벽까지 노래를 불렀다.
이튿날 두 사람은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 아이 시신을 배낭에 담아 군산에서 부산으로 내려가 버스터미널 부근 자전거도로 배수구에 유기했다. 이후 한 달 남짓 도피 생활을 하다가 구속기소됐다.
1심은 “초범인 점 등 정상을 참작해도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설씨에게 징역 15년을, 당시 소년범이었던 박씨에게 징역 장기 9년, 단기 5년의 부정기형을 각각 선고했다.
2심에서 설씨는 징역 12년으로 감형됐으며, 성인이 된 박씨는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은 지나치게 가볍다”면서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1심의 단기형을 초과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박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 당시 만 18세로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족의 비난과 질책으로 자식 양육에 어려움을 겪은 점, 출산 직후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있었던 점, 살해ㆍ유기 과정에서 (설씨와 달리)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는 점, 범행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돼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고 앞으로도 씻기 어려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양형 참작 사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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