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전남의 한 복지원장 고발
수년간 원생 때리고 쇠사슬로 묶어 무임금 노동 시키고 보조금도 강탈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지원까지 맡아… 신안군청은 시설폐쇄 조언 묵살
장애인거주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아동을 쇠사슬로 묶고 개집에 감금하는 등 학대를 일삼아 온 시설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검찰에 고발됐다.
인권위는 26일 전남 신안군 H복지원의 시설장이자 목사인 K(62)씨를 폭행과 개집 감금, 쇠사슬 강박, 보조금 유용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하고 해당 복지원과 관계시설인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에 대한 시설폐쇄를 신안군수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올해 7월 한 장애인단체의 진정을 받아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K씨는 수시로 장애인들의 발바닥을 대나무 막대기로 때리고 무릎을 꿇고 손을 들게 하는 등 체벌을 했다. 저항하면 다른 장애인을 시켜 다리를 붙들거나 몸에 올라타게 했다.
지적장애 2급인 A(11)군은 시설 직원들이 퇴근한 후 K씨의 의해 마당에 있는 대형견 우리에 개와 함께 감금됐다. A군은 돈을 훔치거나 화장실에서 휴지에 불을 붙이는 등 말썽을 부릴 때마다 약 20차례에 거쳐 2m 길이의 쇠사슬에 발목이 묶인 채 방치되기도 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복지원 거주 지적장애인 28명 중 4명이 개집에 감금된 경험이 있고 8명이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등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K씨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장애인을 자신과 법인이 보유한 밭일에 동원하거나 자신이 목사로 있는 교회 예배에 참여하도록 강요하고 시설 내부의 남녀 공간도 분리하지 않았다. 또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복지원과 사회복귀시설 입소자들의 장애수당 등이 담긴 통장을 보관하면서 일부에게는 동의서도 받지 않은 채 약 5억4,900만원을 시설 사용료 명목으로 인출하고는 입출금 내역을 당사자들에겐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인권위는 “복지원과 마당을 두고 마주보는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은 간판만 걸어놓고 독립적인 어떠한 프로그램도 운영한 적이 없었다”며 “시설장의 부인과 자녀들이 돌아가며 시설 직원으로 일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수년간 이어온 인권침해에도 불구하고 K씨는 지난해 7월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의 후견인으로 지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지원 사업에 따라 공공후견인은 발달장애인의 권리회복과 급여관리, 인권상담 등을 담당하게 된다. 군청은 한 교육기관으로부터 후견인으로 추천받은 K씨를 자체검증 없이 공공후견인으로 법원에 청구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군청이 전남도내 장애인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장애인시설 전수조사에서 K씨의 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나 조사관들이 시설폐쇄 의견을 냈는데도 공공후견인 선정 때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군청은 시설폐쇄 의견에 대해 증거 부족과 관내 시설 부족을 이유를 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7월에는 H복지원 거주 장애인의 친척이 군청에 “지체장애인이 지적장애인 시설에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오히려 시설장의 고충을 들며 사실관계 조사도 하지 않고 민원 취하를 권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신안군수에게 민원 취하를 권유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하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공공후견인 제도에 대한 세부점검 실시와 후견인 추천 및 청구 과정의 개선 추진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