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0부(부장 김인욱)는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등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2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국가가 10억9,5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민청학련 사건은 유신정권이 1974년 1월 선포된 대통령긴급조치 1호에 근거해 반국가단체를 조직해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180여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정 고문 등은 당시 영장 없이 체포ㆍ구금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며 60~141일간 구금된 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석방됐으며 지난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들이 손해 발생을 안 시점이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가 민청학련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2005년 12월이라고 보고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의 발표 시점이 아닌 긴급조치 1호가 위헌ㆍ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던 2010년 12월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선고 전까지는 긴급조치 및 그에 근거한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실체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어 “민청학련 사건은 국가가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리고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한 위헌적 불법행위”라며 “국가가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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