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는 19세기부터 번성한 50여개 위스키증류소가 밀집해 있다. 조니 워커, 발렌타인 등 유명 스카치위스키 생산지다. 위스키는 제조 방식, 산지, 숙성연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스카치위스키라는 타이틀을 얻으려면 스코틀랜드에서 증류해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또 40도 이하 제품에는 스카치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
▦ 부산의 주류업체 ㈜골든블루가 2009년 출시한 ‘골든블루’는 40도 위스키의 통념을 깬 제품이다. 도수가 36.5도.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온 원액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절묘하게 섞어 위스키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렸다. 목 넘김이 부드러운 장점을 앞세워 국내 소비의 80%를 차지하는 유흥업소 마담을 집중 공략하는 영업방식으로 기존의 스카치 브랜드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07%, 올해 9월까지 60%대의 경이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최근 저도주(低度酒) 열풍의 진원지는 소주다. 1924년 처음 나왔을 때 35도였던 소주는 1974년 25도, 2004년 21도로 계속 낮아졌지만, 20도 이하로 떨어진 건 2006년이다. 당시 두산주류를 인수한 롯데주류가 20도의 ‘처음처럼’을 내놓자, 진로가 19.8도의 ‘참이슬 후레시’로 맞불을 놓았다. 이런 가운데 경남지역의 무학은 파격적으로 16.9도인 ‘좋은데이’를 선보였다. 무학은 덜 쓴 소주를 선호하는 여성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더니 올 들어 수도권에도 진출, 점유율 15%로 2위 롯데주류(15.9%)를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올 초 도수를 18.5도로 낮춘 데 이어 다시 9개월 만에 17.8도 제품을 내놓고 어제 시판에 들어갔다. 롯데주류도 조만간 17도대 제품을 준비 중이어서 소주의 대세는 이제 17도가 될 듯하다.
▦ 그렇다면 얼마나 더 낮아질까. 국내 주세법상 술의 기준은 알코올 1도 이상 함유한 제품을 뜻해 더 떨어질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16도선이 당분간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6도대의 소주가 일부 계층에서 어필하지만, 1992년 보해에서 15도짜리 ‘보해라이트’를 내놓았다가 물 탄 맛이라는 혹평을 받으며 실패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맛은 늘 변하기 마련이어서 장담은 어려울 것 같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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