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예선 결승전 제9국
백 이용수 7단 흑 나현 5단
장면 4 “쌈지뜨면 지나니 대해로 나아가라.” 조남철 선생의 명저 ‘바둑개론’에 실린 유명한 바둑 격언이다. “바둑돌이 항상 중앙을 향해 뻗어나가야지, 답답하게 안에서 두 집 내고 살면 대세에 뒤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 바둑이 바로 그런 경우다. 백이 우하귀에서 간신히 살긴 했지만 외곽이 완벽하게 봉쇄됐고 1로 모자씌움 당해서 이제는 하변 백돌이 위험하다.
빨리 참고1도 1이나 A로 둬서 탈출을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이용수는 대마의 안위가 전혀 걱정되지 않는 듯 침착하게 좌하쪽을 2, 4로 젖혀 이은 다음 나현이 5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그때서야 비로소 수습에 나서 6부터 16까지 진행했다.
그러자 나현이 일단 공격을 멈추고 17로 자기 말을 정비했는데 이때 이용수의 다음 수가 또 한 번 관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백 대마가 아직 미생이므로 당연히 참고2도 1로 ‘대마에 가일수’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에 18로 좌상귀를 지킨 것이다. “잡을 테면 잡아 보라.”는 듯 정말 대단한 배짱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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