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에 ‘적은 돈으로 무점포 창업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광고해 서민들의 돈 수십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붙잡혔다. 알고 보니 잘 팔리지도 않는 식품을 구멍가게에 납품하는 일이라 수익성이 거의 없었으며 한 달 안에 피해자 절반 가까이가 영업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무점포 창업 허위광고를 통해 가정주부, 퇴직자 등에게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창업 알선업체 대표 한모(60)씨, 영업이사 이모(57)씨 등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이 2012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피해자 800여명에게 뜯어낸 돈은 74억원에 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일당은 광고를 보고 찾아온 피해자들에게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편의점 등 20곳을 선정, 독점 납품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1인당 창업비 명목으로 800만~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조사결과 피해자들에게 연결해준 납품처는 편의점이 아니라 구멍가게, PC방 등이었고 독점 납품도 아니었다. 이들이 공급한 식품은 워낙 인지도가 없어 잘 팔리지 않았다. 이들은 식품을 공장 출고가격보다 20% 싸게 공급해 선심을 샀으나 곧 재고가 쌓여 추가 주문을 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서 손해를 감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그나마 판매가 되는 식품을 추가 주문하면 단종됐다거나 단가가 올랐다고 속였다. 또 3개월 안에 추가 주문이 없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계약서에 명시해 피해자들이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했다. 실제로 경찰 조사를 받은 피해자 226명 가운데 창업 한 달 안에 절반 가까운 111명이 사업을 포기했다. 계약금만 지불하고 포기한 사람도 32명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유통만 하는 것이라 창업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면서 “과대, 허위광고를 통한 서민경제침해사범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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