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텐트 철거에 저항하다 학생연맹 부비서장과 함께 끌려가
시위대-경찰 수천명 대치 긴장 고조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 온 중고생 학생 대표 조슈아 웡(黃之鋒·18)이 체포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6일 홍콩학생연맹 페이스북을 인용해 조슈아 웡과 레스터 슘 홍콩학생연맹 부비서장이 몽콕에서 경찰에 끌려갔다고 전했다. 이들은 홍콩 경찰과 법원 집달관 등이 이날 오전 9시50분 몽콕 네이선(彌敦) 거리의 바리케이드와 시위 텐트 등을 철거하기 시작하자 이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연행됐다.
조슈아 웡은 ‘센트럴을점령하라’를 기획한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 대학생 단체인 홍콩학생연맹의 알렉스 차우 비서장과 함께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온 3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지난 10월1일 중국 국경절엔 홍콩에서 오성홍기가 게양될 때 등을 돌린 채 노란 리본을 묶은 손을 머리 위로 교차시켜 ‘X’자 표시를 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났다. 이날 몽콕 지역의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몽콕을 잃는 것은 우리의 심장을 잃는 것과 같다”며 거칠게 맞섰다.
앞서 25일 몽콕 아가일(亞皆老) 거리의 바리케이드와 시위 텐트들도 철거됐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막으려는 시위대와 후추 최루액을 쏘며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이 밤새 충돌, 수십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던 기자들도 일부 부상을 입었다. 홍콩기자협회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몽콕은 시위대 본진이 자리한 애드미럴티(金鐘) 지역, 코즈웨이베이와 함께 시위대의 3대 점거 시위지 중 하나다. 경찰이 몽콩 지역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며 이 일대 교통이 일부 뚫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대와 경찰들이 각각 수천명씩 집결하고 대치하는 상황이라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이틀 간 모두 11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 당국이 몽콕 지역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기 시작한 25일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교대와 날짜와 겹쳐 눈길을 끌었다. 1997년7월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홍콩에 주둔하기 시작한 인민해방군 장교와 사병은 매년 11월말 교체된다. TV에선 교대 과정에서 인민해방군이 트럭을 탄 채 홍콩 시내를 통과하는 장면들이 방영됐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 영국 하원의원의 방중이 무산된 것은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중국 환구망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주영중국대사관이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중국ㆍ영국 리더십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던 리처드 그레이엄(보수당) 의원에 대해 홍콩 시위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며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결국 대표단 전체의 방중이 취소됐다. 양국 외교부는 서로 유감을 표시했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를 사실상 친중국 애국 인사로 제한한 중국 중앙 정부 결정에 반대해 시작된 홍콩 민주화 거리 점거 시위는 이날로 60일을 맞은 가운데 홍콩 정부의 강제 진압이 본격화하면서 중대 기로에 섰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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