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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들의 힐링 투어’ 타이완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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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들의 힐링 투어’ 타이완 돌아보기

입력
2014.11.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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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북해안에 자리한 예류지질공원. 희귀한 모형의 바위와 암석이 모여 있어 예류 관광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항상 기암괴석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넘쳐난다.
타이완 북해안에 자리한 예류지질공원. 희귀한 모형의 바위와 암석이 모여 있어 예류 관광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항상 기암괴석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넘쳐난다.

가끔씩, 어릴 적 엄마가 사다 준 꽃무늬 원피스를 꺼내 입고 가슴이 콩콩 뛰었던 설렘을 떠올려 본다. 그 느낌은 세월이 흐르면서 수학여행의 ‘두근거림’으로, 배낭여행의 ‘짜릿함’으로, 신혼여행의 ‘수줍음’으로 변주되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오랫동안 그 떨림을 잊고 살고 있었다.

평소 수다를 떨며 불혹을 갓 넘긴 고교 절친들을 만나보니 그들도 나처럼 무기력한 일상에 녹슬어 있었다. 낙엽이 지던 어느 날, 우린 저녁을 함께 하며 서로의 텅 빈 마음을 위로하다 씩씩하게 의기투합했다. “그래, 우리 한번 이 참에 떠나는 거야. 가자 타이완으로! 일상탈출 결의는 성공했지만 아이들을 두고 갈 순 없었다. 결국 가정주부 2명, 워킹맘 1명, 솔로 커리어우먼 1명에 자녀와 조카를 포함 10명이 뭉쳤다.

“자, 새로운 나를 찾으러 ‘줌마힐링여행단’이 출발한다!”

전업주부 2명, 워킹맘과 솔로 1명 등 4명으로 구성한 줌마힐링여행단
전업주부 2명, 워킹맘과 솔로 1명 등 4명으로 구성한 줌마힐링여행단

바람이 빚은 조각 타이루거 협곡

오전 9시, “비행기가 곧 출발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지 두 시간쯤 지나자 파랗고 맑은 타이완 하늘이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수도 타이베이에서 40km 거리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내리자 세련됨과 정겨움이 첫 느낌으로 와 닿는다. 택시 차창에 비치는 거리는 내 청춘이 묻힌 90년대 서울의 모습과 흡사했다.

우리보다 국토가 작은 타이완은 오랜 기간 화산과 지진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나라로 볼만한 자연경관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독특한 모양의 해안 암석과 화산 지형이 즐비하다.

먼저 서울역과 비슷한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기차를 타고 동부 해안도시 화롄으로 향했다. 세계적인 대리석 산지로 유명한 타이루거 협곡은 화롄현에 속한 국립공원으로 4백만 년 동안 흘러내린 물과 몰아치는 바람이 빚은 웅장한 자연의 조각품이다. 해발 3,000m의 직벽에 가까운 대리석 협곡에 있는 동굴과 도로는 지질이 약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삽과 도끼로 길을 냈다. 죄수 등을 동원해 3년 여간 길을 만들다 200여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을 당한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어스름이 내리기 전, 화롄시 주변 가까운 해안가로 자리를 옮겼다. 동쪽 해안이라 그림 같은 멋진 일몰을 기대할 순 없었지만 우리는 어둑어둑해진 해변에서 소녀시절로 돌아가 유쾌하게 웃고 떠들고 달리며 낭만과 우정을 만끽했다.

타이루거 협곡 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옌지커우(燕子口, Yanzikou).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는 곳이다. 낙석 위험 때문에 안전모를 쓰고 관람해야 한다. 협곡 아래로 옥색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타이루거 협곡 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옌지커우(燕子口, Yanzikou).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는 곳이다. 낙석 위험 때문에 안전모를 쓰고 관람해야 한다. 협곡 아래로 옥색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타이루거 협곡 앞에서 줌마힐링여행단의 주연 4명이 뭉쳤다.
타이루거 협곡 앞에서 줌마힐링여행단의 주연 4명이 뭉쳤다.

기암괴석으로 덮인 예류 지질공원과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타이베이에서 1시간 30분 정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해수욕장과 온천,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예류에 닿는다. 야생 버드나무라는 뜻을 가진 예류의 지질공원은 희귀한 모형의 바위와 암석이 모여 있어 해외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여왕바위 공주바위 하트바위 촛대바위 신발바위 등 소문난 바위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광활하게 펼쳐진 해안가에 기암괴석들이 버섯처럼 여기저기 툭툭 솟아있어 아이들의 눈에서 호기심이 떠나질 않는다. 예류의 ‘속살’을 보기 위해 자전거를 빌렸다. 작은 어선들, 방파제, 아담한 상점들과 해안의 신비로운 경치. 두 바퀴에 몸을 싣고 바람을 가르며 어촌의 풍경을 마음 속 깊이 간직했다. 기분 좋게 맛있는 공기, 피부에 와 닿는 따스한 햇볕…. 반복적인 일상과 업무에서 벗어난 우리는 해방감을 만끽했다.

예류의 소중한 시간을 뒤로 하고 타이베이로 돌아와 현지에 살고 있는 옛 친구를 만나 중정기념당으로 향했다. 타이완의 초대 총통 장제스의 본명 ‘중정’에서 이름을 따온 중정기념당은 장제스가 서거한 후 그를 기리기 위해 1980년에 완공한 건물로 타이베이의 4대 관광지로 꼽힌다. 기념당 주위로 그림 같은 공원이 조성돼 있고 장제스의 나이만큼인 89개의 계단을 오르면 6.3m 규모의 대형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바로 장제스 청동상이다. 근위병들이 매서운 눈으로 동상을 지키고 있고 매시 정각에는 교대식이 거행된다. 케이블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중정기념당. 타이완 초대 총통인 장제스 동상이 있는 곳이다. 기념관 중앙에 있는 자유광장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저 멀리 타이완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중정기념당. 타이완 초대 총통인 장제스 동상이 있는 곳이다. 기념관 중앙에 있는 자유광장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저 멀리 타이완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삶을 지탱해 줄 새로운 힘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우리는 타임지에서 10대 레스토랑으로 뽑은 딘타이펑을 찾아 육즙 가득한 원조 샤오롱바오를 맛보며 친구들과 못다한 얘기를 나눴다. 전업주부는 물론이고 나 같은 워킹맘과 솔로 친구까지, 여행 얘기에서 시작해 자녀 교육 및 사회 문제에 대해 다른 듯 같은 해법들을 내놓다 보니 열띤 토론은 숙소까지 이어 졌다. 꿈 많던 학창 시절과 사랑에 대한 정의, 그리고 일과 육아의 양립 등 우리 사회에서 겪는 여성의 역할론 속에 타이완의 밤은 흘러갔다.

귀국 비행기에 올라 고교 절친 들과의 멋진 여행을 되돌아보았다. 절로 웃음 짓게 되고, 절로 눈물짓게 되는, 그 웃음과 눈물은 다시 한번 내 삶을 지탱해 줄 새 힘이 될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위로한 나의 40대 첫 줌마힐링여행. 아직도, 난, 가슴이, 뛴다. ‘줌마힐링여행’은 마침표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니까!

타이베이=정보자료팀 김지오 kjioh@hk.co.kr

타이루거 협곡, 뒤에 보이는 곳이 창춘츠(長春祠)다. 협곡 공사 시 사망한 인부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지은 곳이라 한다. 옆에 흐르는 계곡이 멋지다.
타이루거 협곡, 뒤에 보이는 곳이 창춘츠(長春祠)다. 협곡 공사 시 사망한 인부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지은 곳이라 한다. 옆에 흐르는 계곡이 멋지다.

여행메모

? 타이베이 MRT(전철)에서는 물, 껌, 커피 등 모든 음식물이 금지. 위반할 때는 벌금 폭탄을 맞는다. 잊지 마시길! 다행히 MRT를 이용하면 시내 어디라도 갈 수 있고, 이용하기 편리하다. 무조건 여행 첫날 지하철역에서 이지카드(교통카드)를 구입한다. 보증금은 100 타이완 달러. 환불은 보증금 중 20달러를 빼고 돌려준다.

? 화롄역 근처 현지 도시락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면서 맛나게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줌마들의 추천이니 꼭 믿고 이용하길 바란다.

? 스펀과 지우펀을 투어할 때는 지우펀을 먼저 가는 것이 좋다. 모든 상점이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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