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바이러스 감염이나 종양과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겼을 때 이를 인식하고, T세포에 공격을 요청하는 나뭇가지 모양의 세포인 수지상세포가 이목을 모으고 있다.
아베 히로유키 아베종양내과 박사는 최근 ‘개별화 의료의 전략적 전개’를 주제로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9회 국제개별화의료학회에서 수지상세포를 한 단계 발전시킨 ‘다가(多價)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법’을 발표했다.
아베 박사의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를 간단히 요약하면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펩타이드(항원)을 찾아내고 추가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법과는 맞춤형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베 박사는 표준치료(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를 할 수 없는 전이, 재발암 환자에게 다가 신수지상세포 암백신치료와 복합면역세포치료를 적용했고, 치료는 2주에 1번씩 총 6회(1싸이클) 했으며 효과판정은 혈액검사와 영상진단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가 신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 결과, 진행성 폐암환자 22중 15명(68.2%)에서 효과가 있었고, 진행성 대장암환자 32명중 19명(59.4%)에서 효과와 진행성 췌장암환자 42명중 18명(42.9%)에서 치료 효과를 얻었다.
치료는 유전자 검사와, 항원검사, 종양마커 종합검사 후 환자의 수지상세포에 평균 5개의 펩타이드를 추가 사용했다. 사용된 펩타이드는 써바이빈, MAGE-A3, NY-ESO-1, GV1001, WT1, MUC1, CEA, CA125 등이며 아베종양내과는 암세포 인지능력을 가진 다양한 항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GV1001은 유럽에서는 이미 특정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펩타이드(항원)이며, 한국에서는 2014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식 허가한 췌장암 치료제다. 아베 박사는 췌장암 이외에서도 GV1001이 효과가 있어 일본의 임상시험계획(IND) 및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쳐 추가로 폐암과 위암, 췌장암, 유방암 등 암종별 환자 40명씩 총 16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주)선진바이오텍이 공동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인체에서 암세포 살상을 담당하는 것은 킬러T세포다. 이 킬러T세포는 면역세포의 사령탑인 수지상세포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힘을 발휘할 수가 없는데, 수지상세포는 암세포의 표식인 항원을 기억해 킬러T세포에게 암세포의 정보를 전달,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이 암을 치료하게 된다.
이 같은 획득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와 그 역할을 발견한 랄프 슈타인만 박사는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는데, 일본 아베종양내과의 아베 히로유키 박사는 슈타인만 박사가 주축이 된 연구회 소속으로 슈타인만 박사의 독자적인 지식을 전수 받아 기존의 단순한 수지상세포 치료법이 아닌 항암작용이 더욱 강력한 다가 신 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법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인체에 존재하는 수지상세포는 1% 미만이고 정맥혈액에는 0.1% 미만이라, 소량 채혈해서는 수지상세포 치료를 할 수가 없고 임파구만 배양하여 치료하는 수준이어서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또 기존 치료는 성분채혈에 약 5,000㎖가 필요했고 2~3시간이 걸려 환자에게 큰 부담이었다. 사용할 수 있는 펩타이드(항원)는 1~2 종류 정도였으며 단쇄(單鎖) 펩타이드라 치료효과도 부족했다. 또한 동결보관 후 해빙하여 치료에 사용하면 물리적 결합된 항원이 떨어지고 정맥주사만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아베 박사는 정맥혈에 있는 8~11%의 단구를 분리하여 활용하는 방식으로, 소량인 약 25㎖ 채혈만으로 신수지상세포 암백신 치료가 가능하다는데 착안했다. 아베 박사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와 항원검사, 종양표지자 검사 후 여러 종류의 개인 맞춤형 펩타이드가 추가로 사용되며, 사용된 펩타이드는 장쇄(長鎖)라 항암 작용기간이 길며 암세포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림프절에 피하주사로 한다.
아베종양내과는 2014년 7월 이 치료법으로 특허(특허 제5577472호)를 받기도 했다. 암세포는 다양성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사람의 같은 암세포라 해도 표면에 제시된 항원(암표시)가 틀리므로 그 다양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펩타이드와 일치되는 킬러T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베 박사의 주장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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