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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에 수놓인 '판타지 세상'

입력
2014.11.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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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압해면 신용리 앞 갯벌. 6,628m 상공 위성 이미지.
전남 신안군 압해면 신용리 앞 갯벌. 6,628m 상공 위성 이미지.

구불구불 갯벌에 난 물길이 고목처럼...

고목에서 뻗어 나온 앙상한 가지들이 여기저기 꿈틀거린다. 나도 모르게 올빼미 울음 소리를 상상하게 되는 으스스한 분위기. 숲 속에선 등불을 밝힌 호박 마차가 금방이라도 달려나올 것 같다. 판타지 영화의 배경처럼 보이는 이 곳은 전남 신안군 압해면 신용리 앞 갯벌이다. 갯벌에 난 물길이 푸르스름한 고목이 되고 그 고목은 바다 위에 섰다.

6.6km 상공에 오르니 국토의 숨겨진 비경이 눈에 들어 왔다. 비행기나 우주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브이월드’에 접속하면 마우스 조작 만으로 고도와 위치, 화면각도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하늘을 날 수 있다. 구글어스와 비슷한 인터페이스에 해상도는 5배나 높다. 우리 땅 곳곳을 둘러보며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남 해남군 마산면 연구리, 신안군 증도, 경남 통영시 저림리 해역의 가두리 양식장, 신안군 비금도 대동염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남 해남군 마산면 연구리, 신안군 증도, 경남 통영시 저림리 해역의 가두리 양식장, 신안군 비금도 대동염전.

보석처럼 반짝이는 비금도 염전

신용리에서 남서쪽으로 34km 떨어진 비금도 상공에 이르러 고도를 500m까지 낮췄다. 소금땀 비지땀 흘러 밴 염전의 행렬이 반듯반듯 이어졌다. 섬사람들이 66년을 일궈 온 대동염전은 하늘에서 보니 보석처럼 빛이 났다. 동쪽으로 훌쩍 220km를 날아가면 경남 통영 앞바다다. 우주를 향한 메시지라도 담은 듯 독특한 모양으로 도열한 가두리 양식장이 눈에 띈다. 인천 옹진군의 얕은 바다. 이름 없는 무인도를 언뜻 보니 원조 외계인 E.T.의 얼굴과 비슷하다. 전남 해남군 영암호 간척사업으로 생겨난 뜬섬은 희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오리와 기러기만 머문다는 이 작은 섬의 생김새가 꼭 어미 품으로 파고 드는 병아리 같다. 믿거나 말거나. 운전대 대신 마우스 쥔 사람 마음이니까.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왼쪽)과 인천 옹진군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왼쪽)과 인천 옹진군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
경남 사천시 서포면 다평리(왼쪽)와 전북 부안군 청호저수지.
경남 사천시 서포면 다평리(왼쪽)와 전북 부안군 청호저수지.

3차원 가상 체험도 가능

브이월드는 고해상도의 지형정보와 함께 입체공간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3차원 건물을 비롯한 입체공간정보 덕분에 빌딩 숲에서 주택가 골목까지 실감나는 저공비행이 가능하고 한라산이나 크고 작은 오름과 같은 자연 지형의 생김새까지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건축물 정보나 부동산 거래 정보도 클릭 한 번이면 얻을 수 있다. 2D 지도를 벗어나 살아 있는 신의 눈으로 방방곡곡을 내려다 보는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3차원 건물 기능이 적용된 북촌 한옥마을 공간정보
3차원 건물 기능이 적용된 북촌 한옥마을 공간정보

"무료 공간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 만드세요"

지난 주말 자동차 여행을 떠난 A씨 가족은 한적한 시골길에서 자동차가 논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구조 요청을 하려 했지만 초행길인데다 날도 어두워진 통에 자신의 위치를 알릴 길이 막막했다. A씨의 부인이 휴대폰에 깔아 둔‘스마트구조대’를 열기 전까지는… 스마트구조대를 구동한 후 사고 유형을 선택하자 지도 화면에 A씨 가족의 위치가 표시됐다. 곧바로 긴급통화 버튼을 눌러 현재 상황을 알리는 것으로 끝. 본인도 잘 모르는 위치를 설명하느라 진땀 흘릴 필요가 없었다. 구조요청을 받은 상황실에 A씨 가족의 위치정보가 그대로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구조대는 브이월드가 제공하는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브이월드가 제공한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구축된 스마트구조대 어플리케이션 화면.
브이월드가 제공한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구축된 스마트구조대 어플리케이션 화면.

공간정보 제공이 브이월드의 존재 이유

누구나 공간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브이월드의 가장 중요한 존재의 이유다. 2012년 국토교통부가 처음 선보인 이후부터 브이월드는 국가공간정보의 SOC를 표방하고 있다. 오픈 플랫폼인 만큼 모든 정보가 무료로 제공된다. 현재 브이월드의 공간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구조대,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 북한지도서비스 등 약 60개 정도다. 그나마 공공기관에 의한 활용이 대부분이고 민간의 활용도는 아직 낮다.

브이월드를 활용하려면 아직 웹 브라우저에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브이월드를 개발 운용하고 있는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은 HTML5 전환을 비롯해 보다 많은 사용자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창훈 기술운영팀장은 “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간정보 중 공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정보의 허브 역할을 맡는 것이 브이월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부 기획팀=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 12월 3일자 View& 지면에서는 브이월드의 북한지역 위성 및 3차원 영상 서비스를 다룰 예정입니다.

전남 신안군 증도 갯벌
전남 신안군 증도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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