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가치 하락·개발 중단 위기… 앞으로 나갈 비용만도 수십조원
해외 자원으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인다는 게 이명박정부 자원외교의 청사진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는 일제히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무모했던 자원 외교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외형적 실적에 쫓겨 철저한 사업성 검토는 등한시했다는 게 부실 사업들의 공통점이다.
25일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국부유출자원외교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MB정부 시절 결정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공기업들이 현재까지 쏟아 부은 금액은 41조원에 이른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를 포함해 MB정부가 집권한 2008년 이후 26개 해외 유전개발사업에 17조1,796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이중 국내 비축용으로 도입할 수 있는 광구는 영국 다나(DANA)사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광구 달랑 2개다. 나머지 24개 사업은 애초부터 국내 반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나마 유일한 반입 실적인 1,360억원 규모의 다나사 원유도 민간기업이 구매해 들여온 것이다. 에너지 자주개발률 향상이란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다.
가스공사는 1조원 가까이 투자한 캐나다 가스 광구 3곳 중 2곳의 사업을 이미 접었다. 현재 손실만 6,600억원에 이르고, 남은 한 곳인 혼리버 광구도 향후 25년간 연 평균 수익이 1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가 2011년부터 약 1조6,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주 GLNG 사업도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최악의 경우 2조원을 날릴 수도 있는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개발로 위기에 직면했다. 볼레오 광산은 MB정부 자원외교의 주역인 김신종 전 사장의 작품이지만 아직까지 구리는 생산도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인수 작업이 한창이던 2012년 4~6월 볼레오 광산이 사실상 부도를 뜻하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처했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광물자원공사는 이외에도 사업성이 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락플라츠(Vlakplaats) 유연탄광 개발에 지분을 투자했다 176억원을 날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칠레 산토 도밍고 구리광산을 소유한 캐나다 기업 파웨스트(Far West Mining)는 정상가보다 1,578억을 더 주고 샀다는 의혹을 받지만 아직까지 투자금은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더 문제는 앞으로 나갈 사업비다. 해외자원 개발은 단계별로 수년에 걸쳐 진행돼 납부 예정 금액만 수십 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홍영표 의원은 “2018년까지 31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총 투자비는 7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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