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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세월호, 이제 다시 시작이다

입력
2014.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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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도서관 내에 개장한 '세월호 기억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시민들이 21일 오후 서울도서관 내에 개장한 '세월호 기억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됐고, 실종자 수색도 중단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입건된 사람이 399명이고, 그 중 상당수는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감사원은 400쪽이 넘는 세월호 관련 감사보고서를 내놓았고, 문제의 해양경찰청은 국민안전처 소속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제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또한 분노하게 만들었던 세월호 참사가 일단락되는 듯 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해결은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제야 겨우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됐다. 그 동안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분투한 덕분에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진상조사에 대한 의지를 가진 인물들이 다수 참여할 수 있게 된 점, 공무원 신분을 갖는 100명이 넘는 직원을 둔 사무국이 특별조사위 활동을 지원하게 되었다는 점, 특별조사위에 최소 1년 이상 활동 기간이 보장된 점, 조사 불이행시 과태료 처분 등 일정한 강제이행수단이 마련됐다는 점 등은 유의미한 성과다.

특히 특별조사위의 설치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월호특별법의 공식 명칭은 ‘4ㆍ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고, 이에 따라 설치되는 특별조사위는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총책임을 맡게 된다. 법률상 명시된 업무만 해도 세월호 참사의 직ㆍ간접적인 원인 규명 뿐만 아니라 원인을 제공한 법령ㆍ제도ㆍ정책ㆍ관행, 구조구난작업의 문제, 언론보도와 피해자 명예훼손 문제, 재해ㆍ재난 대책, 피해자 지원대책 등 상당히 포괄적이다. 대형참사에 대한 대처가 주로 개인에 대한 사법적 처벌에 한정됐던 전례에 비춰볼 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대개의 대형참사는 어떤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수많은 직ㆍ간접적인 원인들, 사회적ㆍ정치적ㆍ문화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해서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사법처벌에만 한정되지 않는 수많은 요인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별검사가 기존 검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담당한다면, 특별조사위는 범죄로 환원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을 빠짐없이 점검하게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특별조사위에 부여된 권한이 충분히 강력한 것은 아니다.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피조사자가 협력하지 않을 경우의 이행강제수단(과태료 처분)이 미약하고, 특별조사위의 사무국을 지휘하는 사무처장을 여권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는 것도 영 개운치 않다. 실제로 지난 몇 차례 과거사위원회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이런 수준의 권한을 가진 특별조사위가 무용지물이 될 소지는 다분하다. 진상조사를 원치 않는 세력들이 특별법의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오면 특별조사위는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갖고 출범하는 특별조사위의 한계를 메우는 것은 시민사회의 힘일 수밖에 없다.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들을 불러내는 힘은 과태료가 아니라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위가 광화문 농성을 계속하면서 세월호와 인권 이어 말하기, 촛불문화제, 국민간담회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또한 시민사회는 세월호 참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좁은 의미의 ‘안전’ 문제로 협소화시키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인권의 전면적인 보장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는 것 자체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인간의 실질적인 안전은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한 다양한 권리들이 함께 할 때만 온전히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가 준비하고 있는 ‘4ㆍ16 인권선언’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사회의 궁극적인 가치를 전면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다. 특별조사위가 최종적으로 제출하게 될 ‘종합보고서’에 담겨야 할 내용도 이런 우리 공동의 미래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다는 것, 아직도 함께 해야 할 수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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