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가 25일 오후 자진 귀국한 뒤 검찰에 자수했다. 수백억원 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미국에서 7개월 넘게 도피생활을 해왔다. 검찰이 유씨의 경영 승계자로 알려진 유씨 차남 혁기(42)씨와 함께 계열사 경영을 주도했던 김씨 신병을 확보하면서 해외 도피 중인 혁기씨 행방과 유씨의 숨겨진 재산 찾기가 진척될지 주목된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5시 54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항공기 내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검찰은 앞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았다.
검찰은 김씨를 곧바로 인천지검으로 압송한 뒤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혁기씨 행방과 숨겨진 유씨 재산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는 인천지검에 들어서기 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씨는 또 자수와 장기 도피 이유에 대해선 “불안했다. 퇴직하고 쉬고 있었다. 도피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유씨 사망에 대해선 “나중에 (소식을) 들었다. 안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인정된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이 “범행을 지시했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검찰은 1997년 세모 부도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유씨가 혁기씨와 김씨를 통해 사실상 계열사 임원들을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계열사에서 유씨 사진을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자수하면서 현재 수배 대상자 중 검거되지 않은 유씨 일가와 측근으로는 혁기씨만 남았다. 미국에 건너간 이후 행방이 묘연한 혁기씨는 확인된 횡령 및 배임 등 범죄혐의액수만 599억원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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