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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31cm… 의사가 된 나를 보고 희망 갖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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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31cm… 의사가 된 나를 보고 희망 갖길"

입력
2014.11.2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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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장 장애인 환자들의 롤모델, 에인 美존스홉킨스대 교수 방한

"한국은 외모에 대한 선입견 심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가가 중요"

25일 오후 고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소아정형외과 마이클 에인 교수는 “많은 저신장 장애아동 부모들이 저를 보면서 ‘그가 할 수 있다면 내 아이도 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25일 오후 고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소아정형외과 마이클 에인 교수는 “많은 저신장 장애아동 부모들이 저를 보면서 ‘그가 할 수 있다면 내 아이도 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저신장 장애인으로 태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신장 장애인인 저를 보는 부모의 눈에서 ‘그가 할 수 있다면 내 아이도 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갖는 것을 봅니다.”

지난 23일 방한한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소아정형외과 마이클 에인(52) 교수의 키는 131cm에 불과하다. 그는 비장애인들보다 짧은 팔과 다리를 지닌 ‘난쟁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왜소증 전문 의사’로 기형적인 신체 비율 때문에 저신장 장애인들이 겪는 관절과 연골 등 질환 전문가다. 한국의 저신장 장애인들을 만나 희망을 주고 진료도 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그를 25일 서울 고대 구로병원에서 만났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에인 교수는 학창 시절 작은 키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다. 그의 키는 16세 때 131cm에서 멈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힘든 상황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은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그의 부모는 항상 “키가 작다는 것만으로 예외가 될 순 없다”고 아들에게 말하곤 했다. 에인 교수는 브라운대학교 야구 대표팀에서 2루수로 활약했고 남학생들이 모인 사교 클럽에서 임원으로 나서기도 하는 등 활발한 대학 생활을 했다.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할 때는 높은 편견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의대 30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그렇게 작은 키로 어떻게 의사를 할 수 있겠냐”라며 퇴짜를 놨다. 다행히 다음해 다시 지원한 의대 30곳 중 알바니대 메디컬 스쿨이 유일하게 그를 받아들였다.

“알바니대 메디컬 스쿨의 면접관 중 마침 굉장한 야구팬 한 분이 계셨어요. 대학 야구팀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한 친구가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는 얘기를 했더니, ‘키가 작은 네가 그 친구와 야구를 했을 정도였다면, 너는 충분히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시더군요.”

막연히 비장애인 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에인 교수가 저신장 장애인을 돕겠다는 뚜렷한 ‘사명 의식’을 갖게 된 것은 20년 전, 레지던트 마지막 해인 1994년 무렵이다.

“알바니 신문에 저신장 장애아를 낳은 아버지에 대한 기사가 실렸어요. 그 아버지가 어느 날 친구 집에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키 작은 의사를 만났는데 집으로 돌아와 부인에게 ‘걱정 마. 우리 아이도 그처럼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줬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이 얘기를 친구로부터 들었는데, ‘그 의사가 누군데?’라고 묻자 친구가 씩 웃으면서 저를 가리키는 것이었어요. 그 순간 이 일에 헌신해야 한다고 느꼈지요.”

부단한 노력 끝에 그는 지금 저신장 장애인 환자의 롤모델이 됐다. 저신장 장애 아동을 둔 많은 부모들이 그를 만나 안도와 희망을 얻는다. 에인 교수는 “지난 주에는 뉴욕에서 5시간 운전해 상담을 받으러 온 7개월짜리 저신장 자녀를 둔 엄마를 만났다”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던 그녀와 오래 대화하며 차츰 안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 그녀는 그날 밤 자신의 딸이 미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신장 장애인을 대하는 한국의 모습은 에인 교수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그는 “미국에서는 새로 지은 호텔일수록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 문고리 위치를 낮추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에인 교수와 함께 방한한 딸 알렉사(19)도 저신장 장애인이다. 알렉사는 “한국에서는 저신장 장애인들이 다리 연장술을 미국보다 많이 하는 것 같다. 내 모습 그 자체를 사랑하면 되는데 왜 수술을 많이 하게 될까”고 궁금해했다. 그러자 저신장 장애인 딸을 둔 통역 자원봉사자는 “한국에서는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심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하자 “사람의 체격이나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가가 진실로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인 교수는 오는 26일엔 부산의 센텀병원에서, 29일엔 서울 고대 구로병원에서 저신장 장애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무료 진료를 할 예정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저신장증이란

성인 기준으로 키가 남성 145㎝, 여성 140㎝ 이하인 증상. 국내 약 2만명이 저신장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버지 키 160㎝ 어머니 키 150㎝ 이하면 가족성, 연골무형성증(성장판이 성장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 질환) 골형성부전증(뼈가 잘 부러져 잘 크지 않는 질환) 등이 원인이면 선천성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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