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北, 추종세력 정당 탈 쓰고 활동" 李 "북한 수령제 선택할 이유 없어"
서류만 A4 용지 16만7000여 쪽… 헌재 주변 보수·진보단체 북새통
25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소송의 최후(18차) 변론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지난 1월 28일 1차 변론 이후 약 10개월 만에 다시 출석해 통진당 해산 찬반 양쪽에서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9명 헌법재판관들 앞에 쌓인 A4 용지 16만7,000여쪽의 관련서류들은 이 사건의 무게를 대변하는 듯했고, 참석자들은 시종일관 비장한 표정이었다.
청구인쪽인 황 장관은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이라며 “통진당의 강령도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당의 탈을 쓰고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장관은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선동 사건을 지칭해 “100명이 넘게 모인 자리에서 ‘전쟁이 나면 폭탄을 준비해서 여기저기 터뜨리자’는 이야기까지 나왔고, 인터넷에 들어가면 무기 제조법도 알 수 있다고 하고, 철탑을 동시에 파괴하면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 바로 작년 5월 통진당 당원행사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늦은 밤 사람들 앞에 나타난 사람이 다름아닌 통진당의 현직 국회의원이었다는 사실이며, 그를 중심으로 김일성을 수령님, 김정일을 장군님이라고 부르며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뜻의 고사성어 ‘제궤의혈(堤潰蟻穴)’을 언급하며 “국가안보에 허점이 없도록 위헌정당을 해산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다. 더 이상 정당해산이라는 수술을 주저해서는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피청구인쪽 이정희 대표는 “국회의원과 당대표로 일하면서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북으로부터 받은 지령이니 실현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으며, 당내 어느 세력이 결정한 것이니 수용하라는 요청을 들은 적도 없다”며 “강령, 당헌 개정이나 중요한 당의 결정이 있을 때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당내 토론을 벌이고 안건이 반려되거나 부결되기도 했는데 북의 지령과 특정 세력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이뤄지는 당이라면 이럴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정부는 민주노동당 강령에 도입된 ‘진보적 민주주의’의 연원이 김일성에게 있다고 주장하나, 누가 그 말을 먼저 썼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과 의정원이었음이 확인된다는 사료와 현대사연구자의 증언이 증거로 제출됐다”며 “북한식 사회주의는 북의 제도일 뿐 남의 제도가 아니고 남의 제도로 될 수도 없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만들어낸 우리 국민이 이 성과를 버리고 수령제를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진당이 일부 민혁당 잔존세력에 조종되는 정당이라는 정부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국정원의 위법한 정당사찰 결과 만들어진 내란음모조작사건이 무죄판결(이석기 의원의 내란선동만 유죄로 인정된 것을 뜻함)을 받았는데도 정당해산청구를 철회하지 않고 해산판결을 압박하는 정부의 행동은, 정부 스스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헌재 앞에는 보수, 진보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대립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탈북자 단체 4곳은 “헌재는 통진당 정당 해산을 통해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라”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오후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도 이에 가세했다. 반면 한국진보연대 등 34개 단체로 구성된 ‘민주수호 통합진보당 강제해산반대범국민운동본부’는 “정당의 운명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헌재 민원실에 통진당 강제해산에 반대하는 7,355명의 서명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제출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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