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행위 '性선호성 장애' 탓 재범 위험성 없고 치료 필요"
공연음란죄 약식기소 많지만 기소유예는 14%에 그쳐
"시민위 내세워 면죄부" 비판
김수창(52ㆍ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이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의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지 석달만에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따른 것이지만 일부에선 제 식구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주지검은 25일 광주고검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김 전 지검장에 대해 병원치료를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 전 지검장이 사람들이 목격할 가능성이 큰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공연음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기소해 처벌하기보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지검장의 행동은 억압된 비정상적인 본능적 충동이 폭발한 ‘성선호성 장애’에 따른 정신 병리현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기 위한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는 인정되지만 고의로 신체 중요부위를 노출해 쾌감을 느끼는 ‘바바리맨 범행’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사건 충격으로 김 전 지검장이 극도의 우울증과 자살위험 경고 소견까지 받는가 하면 목격자도 큰 충격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가족도 피의자의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재범 위험성이 없고 6개월 이상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기소유예 판단에는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0일 열린 광주고검 시민위원회에서 11명의 위원들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자료와 각종 공연음란죄 처리 사례, 김 전 지검장 치료 의사 등의 의견을 들어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를 제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민위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이 만장일치를 보였다”고 말했다.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비교적 처벌이 가벼워 약식기소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소유예는 드문 편이다. 대검찰청은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처리한 공연음란죄 사건(4,544건) 중 636건(14%)을 기소유예했다고 밝혔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된 경우, 여성 등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려는 의도 없이 혼자 음란행위를 한 경우 등이다. 올해 3월 서울에서도 공원에서 나체로 돌아다닌 사건, 올 9월 노상에서 하의 벗고 성기를 노출한 사건 등을 기소유예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수창 전 지검장의 경우 일반 사건 처리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기소의견을 뒤집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검찰이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나서야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해 여론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은 사건 발생 6일 만에 김 전 지검장이 제출한 사표를 징계위원회 회부 없이 즉각 수리, 변호사 개업 제한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 비판을 받았었다.
김 전 지검장은 8월 12일 오후 11시 32~52분 제주시 중앙로 왕복 6차선 도로변 등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이튿날 풀려났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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