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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골퍼-여자 캐디 국내선 1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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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골퍼-여자 캐디 국내선 1호죠"

입력
2014.11.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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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대 뛰는 송영한-여운아..."어릴 적부터 알아 마음 잘맞아"

송영한과 캐디 여운아가 23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일본 투어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4라운드를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미야자키(일본)=노우래기자 sporter@hk.co.kr/2014-11-25(한국일보)
송영한과 캐디 여운아가 23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일본 투어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4라운드를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미야자키(일본)=노우래기자 sporter@hk.co.kr/2014-11-25(한국일보)

송영한-여운아 콤비, “우린 실수도 똑같이 해요. 하하”

남자 골프 선수와 여자 캐디의 조합, 세계 남녀 투어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캐디를 구하지 못해 대회 골프장의 여자 하우스 캐디를 고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여자가 남자 선수의 백을 맨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 투어를 뛰고 있는 ‘얼짱 골퍼’ 송영한(23ㆍ신한금융그룹)은 여자가 캐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준회원인 여운아(22)가 이번 시즌 송영한의 캐디로 나섰다. 송영한-여운아 콤비는 23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를 포함해 11개 대회에서 호흡을 맞췄다. 둘은 이 대회를 공동 44위(1오버파 285타)로 마친 뒤 남자 골퍼와 여자 캐디의 조합에 대해 설명했다.

마음이 편하면 OK

2011년 한국프로골프(KPGA)에 입회한 송영한은 작년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첫 해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왕을 수상한 실력파다.

송영한은 지난해까지 남자 캐디를 쓰다가 올해 여운아를 선택했다. 둘은 대전이 고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다.

여운아는 선수 출신답게 코스 공략, 바람의 세기, 그린 경사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 준다. 여자 캐디의 장점인 선수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눈도 뛰어나다. 올해는 송영한의 캐디로 나서기 전에 KPGA 투어 해피니스 송학건설오픈에서 김우현(23ㆍ바이네르)과 우승을 합작하는 능력도 보여줬다.

송영한은 “캐디를 선택할 때 편한 사람을 써야 한다. 마음이 편해야 샷도 잘 되는 법”이라면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편하지 않다면 좋은 캐디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송영한은 여운아와 마음이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퍼팅 라인을 봐도 운아와 저는 똑같이 본다. 퍼팅 라인을 틀려도 같이 틀린다. 호흡이 이 정도”라고 미소를 지었다.

여운아는 “오빠는 모든 것을 알아서 잘 한다. 마음만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며 “너무 긴장한 것 같으면 배꼽을 잡을 수 있는 웃긴 얘기를 해준다. 하지만 공 앞에 갔을 때는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수를 줄인다”고 전했다.

캐디는 무조건 튼튼

송영한은 지난해 일본 대회를 뛰다가 캐디를 3번이나 바꾼 적이 있다. 7번홀에서 캐디가 근육 경련을 일으켜 8번홀부터는 협회 직원이 가방을 맸다. 전반을 마친 뒤에는 다시 전문 캐디로 교체한 악몽이 있다.

그는 “캐디는 우선 몸이 건강해야 한다. 또 골프를 좋아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선수와 같이 플레이를 하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운아는 “한국에는 남자 선수의 백을 드는 여자 캐디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4~5명 되는 것 같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몸 관리를 정말 잘 한다. 라커에서도 스트레칭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여운아는 “오빠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밥 많이 먹으라는 말이다. 밥을 먹지 않으면 엄청 혼을 낸다”고 덧붙였다.

줄여주고 응원해주고

보통 선수 캐디백의 무게는 15kg이나 된다. 14개 골프 클럽 외에 음료수, 간식 등이 백에 들어간다. 캐디는 한 라운드에서 대략 8km를 걷는다. 나흘 동안 무거운 백을 메고 32km를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송영한은 가능한 캐디백을 가볍게 만들어 주려고 신경을 쓴다. 아무래도 여자 캐디에겐 만만치 않은 무게이기 때문이다.

송영한은 “제 가방은 12kg 정도 되는 것 같다. 가방 무게를 줄여주고 싶어도 비가 오는 날에는 비옷과 수건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더 무겁다”고 말했다.

여운아는 “오빠가 아무리 줄여주려고 해도 캐디백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오빠가 잘 칠 때는 캐디백이 가볍게 느껴진다”고 웃었다.

송영한은 여운아의 골프 재능을 아까워하고 있다. 캐디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 만큼 내년에는 선수로서 필드를 누비길 응원하고 있다.

그는 “운아는 아직 나이가 어리다. 1~2년 더 선수로 노력해 본 뒤 전문 캐디로 갈지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여운아는 “선수 복귀와 전문 캐디를 놓고 고민 중”이라면서 “내가 백을 맸을 때 오빠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야자키(일본)=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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