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협의된 사퇴 강조했지만 공화당 출신으로 행정부와 엇박자
"참모 벽에 막혀 사실상 해임" 분석 "IS 대응 안보실책 희생양" 주장도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사임을 둘러싸고 배경과 파장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상 해임이라는 주장과 함께 헤이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참모들의 장벽에 막혀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는 의견 등이 나오고 있다. 사임 배경에 대한 해석과 무관하게 이슬람국가(IS) 대응과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 대 러시아 정책 등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4일 미국 언론은 헤이글의 사임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하차 배경을 여러 각도에서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헤이글과의 우정을 강조하며 상호 협의를 거친 퇴진임을 강조했으나 백악관 안팎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이와 확연히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용도 폐기설을 주장했다. 국방장관으로서 헤이글의 효용성이 다했다는 분석이다. 헤이글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정정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시점에 임명됐다. 공화당 출신임에도 아프간과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와 군비 감축 등 평화기 국방업무를 담당할 적임자로 오바마의 간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 사이 정세는 크게 바뀌었다. 시리아내전과 이라크 정정 불안을 틈타 이슬람국가(IS)가 알카에다를 대체하는 중동의 위협세력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IS 격퇴를 위해 이라크에 지상군을 재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화당을 중심으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치안의 불안정성 때문에 미군의 아프간 주둔도 무기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드러난 러시아 팽창주의의 급부상도 2년 전엔 예견치 못했던 사안이다.
최근 불거진 백악관과의 갈등도 헤이글의 하차 요인으로 꼽힌다. 헤이글은 미 행정부가IS 격퇴와 바샤르 알 알사드 정권에 대한 폭넓은 견제를 제대로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내용을 담은 2쪽 분량의 메모를 백악관에 보내 분란이 일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초 오바마는 큰 구상을 제시하지 않고 조용하게 자신의 정책을 완수할 사람이 필요해 헤이글을 발탁했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헤이글이 밀려난 것”이라며 해임설을 제시했다. 미 대외정책 전문 주간지 폴린폴리시는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전략 실책을 감추기 위한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헤이글이 오바마 정권의 실세가 아니라는 태생적인 한계론도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출신 장관이 오바마의 핵심 참모 집단에 들어가기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소수 참모의 조언에 의지해 정책 결정을 내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미 의회의 한 관계자는 “헤이글은 행정부와 엇박자인 자신을 발견했다”며 “(해임이 아닌)스스로 그만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새로 지명될 국방장관은 백악관과 어울리지 못했던 헤이글과 달리 오바마의 대외 전략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가 (헤이글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난 대신 새 국방장관 인준 과정에서 정치적 두통을 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미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IS격퇴에 아무런 전략도 지니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대표적인 강경파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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