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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用 봉사 아닌 참 봉사 경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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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用 봉사 아닌 참 봉사 경험했죠"

입력
2014.11.2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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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오지마을 자원봉사 등 입시에 짓눌렸던 아이들에겐

처음으로 자신 돌아볼 계기… 주도적 시간관리도 배울 기회

경북인터넷고 3학년 김중호(오른쪽에서 두번째)군이 12일 봉사활동을 떠난 인도네시아 가롯에서 현지 마을 어린이들에게 팔찌를 만들어주고 있다. 경북청소년활동진흥센터 제공
경북인터넷고 3학년 김중호(오른쪽에서 두번째)군이 12일 봉사활동을 떠난 인도네시아 가롯에서 현지 마을 어린이들에게 팔찌를 만들어주고 있다. 경북청소년활동진흥센터 제공

“갈색이 너무 탁하지 않나? 저쪽 구름은 페인트가 덜 칠해진 것 같은데….”

이달 10일 인도네시아 가롯 메카르자야 마을회관. 궂은 날씨에도 한국과 인도네시아 청소년 30여명이 벽화작업에 한창이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자동차로 10시간 거리인 이곳은 인구 6,000명의 농촌 마을로 3년째 경상북도 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선발한 10여명의 청소년들이 인도네시아 현지 청소년과 짝을 지어 일 년에 한 차례, 열흘간 자원봉사를 벌인다. 우기에 들어선 인도네시아는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야외에선 서 있기도 쉽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한국에서 가져온 비옷을 나눠 입고, 벽화 그리기에 몰두했다.

이날 나무 그리기를 맡은 경북인터넷고 3학년 김중호 군은 수시 모집으로 안동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경북전문대 호텔조리학과에 일찌감치 합격하고 6일부터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김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주말마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도와드렸다”며 “어릴 때부터 대학에 합격하면 동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홈스테이 하면서 한국 화장실이 얼마나 깨끗하고 편한지 알게 됐다”며 “내가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자랐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주말이면 하루에 3~4시간씩 했던 온라인게임도 이곳에서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오전 벽화 그리기 봉사가 끝나면 오후에는 체육대회, 바자회, 환경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지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게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김군과 함께 벽화를 그리던 학생들도 “스마트폰은 사진 찍을 때만 쓴다”고 했다.

김군은 한국에 돌아와서는 봉사활동 짝꿍이었던 키키(15)와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는 “영어가 제일 취약한 과목이었는데, 수능 끝나고 키키와 연락하면서부터 영어가 재미있어졌다”며 “앞으로 전화 통화도 자주 할 수 있게 생활 회화를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보며 제과제빵사 꿈을 키워온 김군은 대학 입학 전까지 남은 기간 인도네시아 전통 식재료를 넣은 빵 만들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배재희 경상북도청소년진흥원 해외봉사활동 지도교사는 “많은 청소년들이 ‘베푼다’는 의도로 해외봉사활동에 나서지만 봉사를 하면서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거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 오히려 ‘얻고 간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용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수능 이후에는 성적 걱정하지 않고 봉사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능 이후 100일은 청소년들이 각종 외부 활동을 통해 자아상을 확립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말한다. 이광호 함께여는교육연구소장은 “중학생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아상을 만든다면 고등학생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단계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발달 이론이 무의미할 정도로 아이들이 입시에 짓눌려있다”며 “수능 이후라도 다양한 활동으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훈 숭의여고 교사도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정해준 일과에 따르다 자유로운 대학에 들어가서는 일정 관리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수능 이후 시기는 주도적으로 시간관리를 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와 진로상담교사 등이 외부활동을 함께하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마련한 외부 활동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여성가족부는 다음달 19~21일 수험생 2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을 타고 떠나는 E-train’ 행사를 진행한다. 전주한옥마을,·거제포로수용소,·제천 배론성지 등 전국의 역사유적지를 열차로 탐방하며, 멘토로 참가하는 20명의 대학생들에게 미리 ‘대학생활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다. 청소년활동정보서비스 홈페이지(www.youth.go.kr)에서 28일까지 접수하며 참가비는 무료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도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 수험생 1,000명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 낙산사(강원도 양양)·금산사(전북 김제) 등 전국 13개 사찰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접수시 수험표를 제시하면 1만원으로 참가할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홈페이지(www.kbuddhism.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한편 정부가 운영하는 청소년자원봉사 홈페이지(doval.youth.go.kr)에 본인의 재능과 희망하는 활동을 등록하면 각 정부부처별 자원봉사 소식을 알 수 있다.

가롯(인도네시아)=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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