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원해서 열대어 몇 마리를 사다 작은 어항 속에 빠뜨려 놓았다. 가장 흔하고 억센 것들로 골라 왔다. 조금 작은 것들이 조금 큰 것들에게 먹혔다. 그렇지 않을 거라더니 그렇게 되었다. 먹은 것도 먹힌 것도 어항 속을 빠져나가지 못하였다. 재잘거리는 애들을 재워놓고 한밤중 어항 속을 들여다보니 물속은 지나치게 아름다운 것 같다. 빛이 은은하고 방울이 지고 지느러미가 있다. 한낮에도 밤중에도 어항은 멈추지 않는다. 물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기는 하다. 날아간 물도 그리 멀리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 위를 돌고 도는 물의 양은 언제나 그 총량이 같을 수밖에 없을 텐데 내 머릿속에서 물은 늘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인간이 우주 밖으로 가져간 한 컵의 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구 위의 물은 조금 줄어든 것이 될까. 지구 위의 물을 다 거둬 가면 무엇이 남을지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극한 조건에서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 의사소통의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재미난 상상력을 펼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수심의 변화에 따라 압력과 온도가 달라지고 바다의 깊이에 비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범위는 보잘 것 없다. 그것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아직 상상력뿐이다. 이야기 속에서는 몸이 없어도 서로를 느끼고 입이 없어도 말을 할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능력이 우리에게 조금씩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