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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배우 생활 십 몇년 만에 처음으로 댓글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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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배우 생활 십 몇년 만에 처음으로 댓글 봤죠"

입력
2014.11.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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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성격에 따라 배우도 변하는 걸까. 20일 개봉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의 두 주연배우 김상경과 문정희는 극 중 연기가 실제 모습인 것처럼 밝고 쾌활했다. 현재 방송 중인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미혼의 대기업 상무로 출연 중인 김상경은 영화에서 서울대 출신 10년차 백수 아빠 태만 역을 맡았다. 드라마 속 ‘허당’ 캐릭터에서 한 술 더 떠 이번엔 개그맨 뺨치는 장난기와 푼수기로 꽉 찬 인물이다. TV와 영화를 오가며 물 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문정희도 두 영화 ‘카트’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로 동시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카트’에서 대형 마트에서 일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연기했던 그는 성격을 180도 바꿔 두 아이(철 없는 백수 남편과 초등학생 딸)를 키우는 미용사 엄마 지수 역을 맡았다. 두 배우를 만나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_서로에 대한 첫 인상이 어땠나.

▦김상경=“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바람의 전설’을 보는데 ‘어, 저 배우 누구지’ 하며 봤다. 에너지가 굉장히 좋았고 무척 궁금한 배우였다. 나중에 영화 ‘숨바꼭질’을 보며 역시 뭔가 있구나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호흡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 오래 전부터 같이 해온 느낌이 들었다.”

▦문정희=“시나리오를 받고 (김상경이 출연한) 영화 ‘몽타주’ 시사회를 가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도 코믹한 모습을 보였다. 여느 남자 배우보다 가정적이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연기하기 전엔 캐릭터 분석과 계산을 철저히 하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그걸 토대로 자유분방하게 연기한다.”

_코미디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김상경=“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성향이 유쾌하다는 걸 안다. 현장에서도 촬영이 힘드니까 어떻게든 농담을 많이 하려 한다. 나를 만난 사람이 나 때문에 유쾌했으면 좋겠다. 언젠가 막연하게 내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평소 하지 않았던 거니까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게 잘 맞아 떨어진 작품이었던 거고 모두들 열심히 해서 참 좋았다.”

▦문정희=“‘숨바꼭질’을 찍고 나니까 한 숨 돌릴 수 있는 밝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고선 ‘왠지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날씨도 좋았고 감독도 배우도 모두 좋은 분들이어서 편하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_(김상경에게) ‘가족끼리 왜 이래’의 코믹 연기에 대한 반응이 좋다.

▦김상경=“배우 생활 하는 십 몇 년간 인터넷 댓글 한 번 본 적이 없는데 아내가 댓글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댓글 보니 어떤 건 140개 중에 나쁜 얘기가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했다. 안도하는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싶다.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미쳤구나, 그러면서.”

_(문정희에게) 무명 시절이 길었는데 최근 영화 ‘연가시’와 ‘숨바꼭질’ 그리고 드라마 ‘마마’와 ‘카트’까지 전성기를 누리는 듯하다.

▦문정희=“그건 좀 거창한 이야기고 단지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 생활을 가늘고 길게 하고 싶다. 한예종 연극과 1기 출신인데 졸업 후 영화나 TV에 입문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떨어지는 거다. 그러다 우연히 오디션에 갔다가 통과한 첫 드라마가 ‘연애시대’다. 답답한 마음이 왜 없었겠나. 힘든 순간엔 그냥 버텼던 것 같다. 오래 걸렸던 건 내공이 더 필요해서 그렇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인생의 재료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지만 아픔을 통하지 않고선 현실감을 얻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땅에 발 붙이고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_(김상경에게) 10년째 백수라는 역할에 공감이 갔나.

▦김상경=“작품이 없어서 쉴 때는 배우도 백수다. 백수 생활을 십 몇 년 동안 반복하는 거다. 배우란 굉장히 불안정한 직업이다. 주인공을 하는 배우도 나름의 불안이 있고 주인공을 못하는 배우도 고민이 많다. 항상 불안하고 쫓기는 느낌이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친구들이 더 많다. 작품마다 감정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조절하는 방법을 어서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_(문정희에게) 아이도 없는데 엄마 역할만 들어와서 서운한 점도 있겠다.

▦문정희=“아이가 없다고 모성까지 없는 건 아니다. 엄마 캐릭터를 안 하겠다고 하면 제한이 훨씬 많아진다. 그러니 이 캐릭터와 극으로 관객에게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_실생활에서 평소 어떤 아빠이고 아내인가.

▦김상경=“결혼하고 7년쯤 지나면 지겨워진다는데 난 그런 게 없다. 아직도 기분 좋으면 막 오전이 지난 뒤라도 아내와 낮술을 마신다. 다섯 살 먹은 아들이랑은 레슬링을 하고 논다. 그러다 대본 좀 외우고 다시 아이랑 논다. 나는 아이가 내 나이가 됐을 때도 장난꾸러기 아빠가 되는 게 목표다. 아버지도 농담이 많으신 분이다. 나중에 아들 결혼할 때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 ‘이 결혼 무효야’라고.”

▦문정희=“촬영이 없을 땐 평범한 주부다.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 남편 식사를 준비한다. 청소기 돌리고 빨래 하고 운동 하고 영화를 보거나 카페 가서 책을 본다. 재래시장 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그냥 다니면 잘 못 알아 보는데 목소리 때문에 들키는 경우가 많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연다혜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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