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헤이글(68) 미국 국방장관이 사임했다. 이슬람국가(IS) 사태 대처 등 야당과 군부는 물론 여론의 비판을 받는 안보 정책에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참패한 이후 첫 장관 경질이다. 미 정부의 향후 대외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헤이글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헤이글 장관은 네브래스카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있다 지난해 2월 오바마 2기 내각에 합류했다. 오바마 정부의 안보 각료 가운데 유일한 공화당이지만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오바마와 함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면서 가까워졌고 모나지 않은 업무수행 스타일이 장점으로 꼽혀왔다.
헤이글 장관의 사임에 대해서는 IS 격퇴 작전이나 에볼라 대책 등을 놓고 오바마 및 백악관 국가안보팀과 갈등을 빚어온 것이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 후 국면전환용 포석으로 헤이글 장관을 경질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하고 나서 헤이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기로 하고 21일 그에게 이 방침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헤이글 장관 경질과 관련해 이 신문은 “오바마 정부가 에볼라와 IS 위협 같은 안보 이슈에 대한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곱씹어 볼 것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번 인사의 핵심을 “오바마 대통령이 IS 위협에 새로운 방식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뉴욕타임스)이라고 의미부여했다는 대목이다. 헤이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아시아 중시 정책 등에서 오바마와 뜻을 같이 해왔다. IS 문제 대응에서는 이견를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조가 전혀 달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이글이 경질된 것은 단순한 분위기 쇄신을 넘어 오바마 정부의 IS 대응 정책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공화당 매파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오바마가 거부한 지상군 투입도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는 이날 후임 장관을 발표하지 않아 새 장관이 지명되고 상원 인준을 받을 때까지는 헤이글이 장관직을 유지한다. 후임에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차관,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ㆍ로드아일랜드), 애슈톤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이 오르내리고 있다.
오바마 2기 내각 출범 때 첫 여성 국방장관 하마평에도 올랐던 플러노이 전 차관은 여성으로 국방부 서열 3위까지 올라 남녀차별의 벽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드 상원의원은 육군 제82공수부대장 출신으로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군사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카터 전 부장관은 2011년 리언 패네타 전 장관 시절 군수ㆍ기술 담당 차관에서 부장관으로 승진했으나 헤이글 장관과 갈등설 속에 지난해 12월 국방부를 떠났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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