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오류 논란을 빚었던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이 결국 복수정답 처리됐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출제오류가 공식 인정된 것은 2004, 2008, 2010, 2014학년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한꺼번에 두 문항 오류는 처음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평가원이 지난해 세계지리 출제오류를 뭉갰다가 소송에서 지고서야 수습에 나선 것과 달리 신속하게 대처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2년 연속 출제오류로 교육당국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김성훈 한국교육평가원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어제 자진 사퇴했고, 교육부와 평가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다.
수험생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입시업체들의 가채점 결과 영어 25번은 추가 정답 선택률이 1~5%로 미미해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생명과학Ⅱ는 의대 등을 지원하는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인데다, 추가로 정답이 인정된 ②번을 고른 수험생이 66%로 애초 정답 ④번 응답자(12%)의 5배를 넘어 문제가 심각하다. 1만1,000여명의 표준점수가 1점 오르고 이중 4,000여명은 등급도 한 계단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나머지 학생들의 표준점수와 등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올 수능 일부 과목이 ‘물 수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돼 촌각을 다투며 입시전략을 짜야 할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터에, 교육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우리 사회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피해의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교육부는 내달 중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출제 및 검토 절차와 위원 구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현장의 의견도 수렴해 내년 3월 최종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수능과 EBS교재 연계 정책이나 수능 절대평가 및 자격고사화 등도 논의 대상이라고 한다.
출제에서 사후 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만큼 수능제도의 혁신은 당연히 필요하다. 문제는 내년 고3이 되는 수험생이나 재수생들이 3월 최종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 겪게 될 혼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당국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신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조변석개하는 제도 탓이 크다. ‘개혁’에만 방점을 찍어 섣불리 큰 틀을 흔들 경우 대란을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대학별 본고사를 허용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사교육에 쏠린 입시경쟁만 가열시킬 뿐이다. 당장 수능 출제 및 관리의 허점을 메우는 대책과 중장기적인 개선 방안을 분리해 깊이 있고 차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어떤 경우든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줄이기라는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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