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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과 여중생, 과연 사랑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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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과 여중생, 과연 사랑이었을까

입력
2014.11.2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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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폭행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2011년 병원서 만나서 며칠 뒤 성관계

아이 낳은 직후 성폭행 혐의로 신고

문자메시지에 '남편' 호칭 쓰는 등

"두 사람 합의에 의한 성관계" 판단

13세 이상 합의하면 처벌 안하지만

"성적 결정권 가능한 나이냐" 논란

대법원이 자신보다 27살 어린 여성을 여중생 시절부터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두 사람이 “사랑한 사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미성년자라도 13세 이상인 경우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인정되면 처벌할 수 없다는 현행법에 따른 것이지만 성관계 합의를 인정하는 연령이 너무 어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A양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조모(45)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조씨는 2011년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 갔다가 당시 15세던 A양을 만났다. 조씨는 연예인 이야기로 환심을 산 뒤 A양을 불러내 승용차 안에서 키스하려다 A양의 거부로 실패했고, 며칠 뒤 다시 불러내 차 안에서 성관계를 한 것을 시작으로 관계를 계속했다. 이후 A양은 임신 사실을 알고 가출해 조씨의 집에 머물렀고 아이를 낳은 직후 조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1심은 조씨에게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양의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며 “15세의 중학생인 A양이 자신의 부모 또래이자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조씨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하여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고, A양이 조씨의 갑작스러운 강간 시도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양의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A양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동안 A양이 매일 면회하며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 함께 자고 싶다. 함께 살고 싶다. 고맙다. 힘내라’는 내용의 접견민원서신ㆍ인터넷서신을 보낸 점, A양이 수백 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씨를 ‘오빠, 자기, 남편’으로 호칭하고 연인 사이라고 할 법한 일상적 대화와 ‘사랑한다. 보고싶다. 절대 헤어지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 점, A양이 성관계한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씨를 계속 만난 점 등을 고려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한 경우에 13세 미만에서는 의제강간(강간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규정해서 처벌하지만, 13~19세는 위계위력이 있거나 대가가 있어 성매매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처벌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에서 동일 범죄로 위계에 의한 성관계나 대가성 성매매 등 다른 법률을 적용(공소장 변경)해서 다시 심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체적으로는 성숙해도 판단력이 부족한 중학생 정도의 어린 청소년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19세이고, 16, 17세 미만까지 성관계를 처벌하는 나라와 비교하면 13세 기준은 너무 어리다는 것이다. 미국 루지애나주법의 ‘성관계 승낙 연령’은 17세로, 17세 미만 아동ㆍ청소년과의 성관계는 합의와 무관하게 처벌받도록 돼있다. 노영희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어린 여중생의 심리상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심리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15세라는) A양의 나이를 살펴보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청소년의 신체적 성숙이 빨라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의제강간의 기준연령을 높이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동ㆍ청소년 보호와 관련해 성관계로부터 어느 나이까지 보호하는 게 합리적인지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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