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방 사업 한다며 혈세 100조원 날려
사저 매입, 민간인 사찰 책임도 비껴가
‘이명박근혜’ 비아냥 안 듣게 단죄해야
4대강 사업은 명백한 실패작이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아니고 지난해 두 차례의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게 먼저 감사 결론이었고 나중 감사에서는 “사실상 대운하 공사였다”고 밝혔다. 수질개선, 홍수예방은 명분이고 실제는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보를 쌓고 강바닥을 깊게 팠다는 것이다. 여론에 떠밀린 시늉내기 감사였는데도 그런 결론이 나왔으니 작심하고 파헤쳤다면 나라가 뒤집어졌을 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취임 2년이 지나도록 더 이상의 언급이 없다. MB진영의 반발을 의식해서라지만 다른 배경이 있지 않나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의도대로만 흘러가지는 않고 있다. 복지논쟁이 예산문제로 번지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4대강이 도마에 올랐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예산을 합쳐도 연간 10조원인데 22조원을 뿌린 4대강 사업에 화살이 돌아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국민적 공분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는 대통령인들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칫 MB를 감싸는 박 대통령으로 과녁이 옮겨갈지도 모른다.
MB표 자원외교 헛발질에도 수십조원이 들어갔다. 원금과 채무를 합치면 계량이 불가능할 정도다. MB는 임기 초반의 촛불시위로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려고 자원외교에 올인했다. 그 선봉에 정권 실세들이 섰다. MB가 해외순방을 통해 자원외교를 총지휘했고 친형 이상득은 남아메리카를, ‘왕차관’ 박영준은 아프리카를 휘젓고 다녔다. 마치 군사작전 하듯 해외자원 개발을 밀어붙였다. 사업성이나 투자성과에 대한 분석조차 없었다. MB정부 5년간 엄청난 돈을 뿌리고 다녔지만 성과는커녕 공기업들은 부채더미에 올라앉았다.
비상식과 졸속이 상상을 뛰어넘어 성과에 집착한 참사라고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MB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이 근무하는 투자자문사가 중개를 도맡아 거액을 번 사실이 드러났으니 의혹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애초부터 MB 측근들이 사업을 주도해 비자금 조성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터다.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MB는 정책적으로도 무능했지만 도덕적으로도 큰 흠집을 남겼다. 자신이 퇴임 후 살 내곡동 사저부지를 싼값에 매입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일었다. 국민 세금으로 사저를 헐값에 매입하라고 시키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사후 보고를 받았다는 건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덤터기를 쓴 청와대 경호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 마음대로 했겠느냐. 다 보고 드렸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검찰은 세월호 참사로 이목이 쏠린 사이 MB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팀이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한 것은 혐의가 없다는 게 아닌데 검찰은 한 차례의 서면조사도 하지 않고 면죄부를 줬다.
시대착오적인 인권유린 행위인 민간인 불법사찰에서도 MB는 처벌을 피해갔다. 비선 친위조직이 불법사찰을 지휘하고 보고는 VIP(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적시된 ‘일심 충성 문건’이 검찰 압수수색에서 발견됐으면 마땅히 진상을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 또한 그냥 넘어갔다.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 당시 거의 매일 수사결과를 발표해 망신주기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권 차원의 비호 없이 검찰 스스로의 판단으로 수사기관임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라 재정을 거덜 내다시피 했으면 적어도 자숙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 MB 측은 거리낌이 없다. “국정조사를 하면 당의 분란이 클 것”이라느니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느니 하며 되레 역정을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MB 정부의 실정을 봐줄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4대강이든 자원외교든 정책 실패의 부담은 고스란히 현 정권에 돌아오게 돼있다.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무슨 돈으로 뒷감당을 할 생각인가. 들끓는 국민 여론을 업고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정리하는 게 최선책이다. 설마‘이명박근혜’ 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다시 듣고 싶은 건 아닐 거라고 믿는다.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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