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여야는 북한인권법은 제정안으로 20일간의 숙려기간이 필요하지만 조속한 처리를 위해 곧바로 심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그래서 27일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하는 등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속도가 어떠하든 간에 여야의 초당적 법안이 마련돼 본회의 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10, 20년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찬가지로 어떤 정부가 됐든 세부적인 정책이 달라질지 몰라도 그 방향성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당적 법안 마련의 타당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하게는 북한 정권에 우리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23일 111개국이 찬성한 유엔 인권결의에 대해 핵 위협을 노골화하면서 “핵전쟁이 터지면 청와대는 안전하리라 생각하느냐”고 협박했다. 당연히 예상됐던 반응이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협박에 ‘우리까지 북한을 자극할 게 있느냐’는 반응이 우리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틀림없이 이를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의도된 도발에 대해 흔들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초당적 법안의 당위성이 존재한다. 문제는 초당적 법안의 내용, 특히 방향성이다. 단순히 양측 법안을 기계적으로 결합하고 절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북한인권법은 딜레마가 있다. 인권개선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북한인권법이 외부 압력에만 치우칠 경우 오히려 북한 주민을 옥죄고, 체제 폐쇄성의 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 체제의 속성상 그렇다. 폐쇄사회에서 결국 인권개선과 개방으로 유도된 미얀마가 북한의 변화 방식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지만 북한에는 아웅 산 수지 여사 같은 내부 구심점이 없는 것은 물론 정권 반대세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또는 존재하지 않는 특수사회다.
여야의 북한인권법안은 각각 인권신장 등 자유권 확장과 민생지원의 병행 추진 등 접근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 주민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동시 확장, 나아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상호 신뢰를 도모할 수 있는 형태로 법안의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 지금 대북사업 가운데는 눈에 띄지 않지만 실효성을 가지거나,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처럼 대북용인지, 대내용인지 불분명한 형태의 전시사업들이 혼재해 있다. 여야는 인권 관련 대북사업의 실효성을 평가해 장기적으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북한인권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은 10년을 끌어왔지만 속도 이상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할 내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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