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도 못 뚫을 만큼 두껍겠지' 이혼 소송 남편이 올린 글
"필자의 의도 제대로 파악 힘들어" "SNS가 점점 협박 도구로 발전"
표현의 자유 놓고 찬반
이혼을 앞두고 있는 미국인 부부 앤서니 엘로니스와 타라 엘로니스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타라는 수년 전 법원에 남편 앤서니에 대한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화가 난 앤서니는 일주일 후 페이스북에 “그 명령장 접어서 주머니에 넣어놔. 총알도 못 뚫을 만큼 두껍겠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타라와 지인들은 ‘총을 쏘겠다’는 의도를 암시를 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앤서니를 기소했다.
페이스북의 글을 ‘진짜 협박’으로 볼 수 있을까. 미 대법원이 앤서니의 페이스북 글이 협박인지 아닌지를 다음 주 판단한다. SNS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미국의 첫 법적 결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번 소송이 어려운 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가진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와는 달리 SNS에서는 특정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는 한 필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남편 앤서니와 그의 지지자들은 법원이 필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려면 자극적인 콘텐츠 이상의 것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학생언론법센터와 작가 단체 펜(PEN) 등은 성명을 내 “사람들은 친구들과 대화에서처럼 온라인상에서도 분노를 표출한다”며 “여기에는 남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할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정 폭력 전문가들은 SNS가 강력한 협박 도구가 돼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 국립가정폭력근절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SNS상에 공공연하게 게재된 글이나 사진 때문에 일상에서 테러를 경험한다”며 “가해자는 마우스 클릭과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피해자들에 접근해 그들의 일상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앤서니는 이전에도 페이스북 게시물로 몇 차례 물의를 빚었다. 2010년 미 펜실베니아주의 놀이공원에서 일하던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동료들은 이를 자신들에 대한 협박으로 여겼고 앤서니는 해고됐다. 그러자 그는 “누군가 나를 폭탄이라고 말했단다. 아니, 나는 ‘핵’폭탄이고 당신들은 거기 달린 타이머를 갖고 장난쳤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주변 초등학교를 쏴서 유명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려 미 연방수사국(FBI)이 출동한 적도 있다.
앤서니의 변호사는 탄원서에서 “일부 포스팅은 앤서니가 ‘톤 두기’라는 필명으로 랩 가사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재된 글이 폭력적인 것은 맞지만, 유명 래퍼들처럼 아내를 향한 분노를 가사를 통해 표출했다는 것이다. 엘우드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SNS에서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말하는 건지 농담 하는지 판단할 단서가 없다”며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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