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브링카와 함께 프랑스 꺾고 스위스를 14번째 우승국 올려
로저 페더러(33ㆍ스위스ㆍ랭킹2위)가 남자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우승으로 ‘테니스 황제’라는 별칭에 ‘조국에 데이비스컵을 안긴 선수’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페더러를 필두로 한 스위스 대표팀은 23일 프랑스 릴 스타드 피에르 마로이에서 열린 2014 데이비스컵 결승(4단1복식)에서 홈 그라운드의 프랑스를 물리치고 사상 처음으로 데이비스컵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페더러는 4라운드 단식 경기에서 리샤르 가스케(28ㆍ프랑스ㆍ26위)를 1시간42분만에 3-0(6-4 6-2 6-2)으로 일축해, 종합전적 3승1패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스위스는 이로써 115년 대회 사상 14번째 우승국에 이름을 올렸다. 1900년 시작된 데이비스컵 대회는 그 동안 미국(32번 우승), 호주(28번), 영국(9번), 프랑스(9번) 등이 우승을 독식해 왔다. 스위스는 1992년 결승에 올랐지만 미국에 져 고배를 들었다. 페더러는 경기 후 “이 우승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조국에 역사적인 순간을 안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17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에게도 데이비스컵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데이비스컵 우승은 페더러의 이력서에 늘 ‘아쉬운’ 공란으로 남아있었다. 특히 라이벌 노박 조코비치(27ㆍ세르비아ㆍ1위)와 라파엘 나달(28ㆍ스페인ㆍ3위)이 각각 2010년과 2011년 자국에 데이비스컵 우승 트로피를 안긴데 반해 페더러의 스위스는 빈손이었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자신의 손으로 말끔히 씻은 페더러는 “믿기 힘들 정도로 행복하다. 동료들과 함께 축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감격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힘들게 이겼다. 15년 간 테니스를 쳤지만 이렇게 가까스로 우승한 적이 없었다”며 “나에게 이겨야 할 의무가 있을 때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것에 행복하고, 팀 모두와 함께 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페더러는 특히 스위스의 우승을 위해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스탄 바브링카(29ㆍ스위스ㆍ4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 허리 통증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의료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허리 통증은 지난주 남자프로테니스(ATP)월드 투어 파이널스 조코비치와의 결승전까지 포기할 정도로 페더러의 발목을 잡았다.
페더러는 가스케와의 단식 경기에서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가스케는 “그는 매우 집중했고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심지어 브레이크 포인트마저 따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나를 지지해주는 관중들을 위해 4세트, 5세트까지 접전을 이어가는 것뿐이었다”며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바브링카 역시 “우리는 페더러처럼 엄청난 선수가 최상의 경기를 펼칠 때 얼마나 엄청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며 “정말 놀랐다. 최고였다”며 페더러가 보여준 경기력을 극찬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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