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신종훈(25ㆍ인천시청)이 국제복싱협회(AIBA)의 징계로 선수생명 중단 위기에 빠졌다.
신종훈은 18일 AIBA로부터 “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모든 국내ㆍ국제대회 출전을 잠정 금지한다. AIBA프로복싱(APB) 계약 위반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이메일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IBA는 그 간 침체돼있던 올림픽 복싱종목을 살리겠다며 APB를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2012년 세계 상위 랭커들과 조인식을 가졌고 신종훈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세계복싱기구(WBO) 등 기존 프로복싱 단체들과의 마찰 등으로 지지부진하다 이달 1일 중국에서 첫 대회가 열렸다. AIBA는 신종훈이 이 대회가 아닌 2014 제주 전국체전에 참가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AIBA는 5월 신종훈이 APB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신종훈은 APB 경기와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제외한 다른 대회에는 나설 수 없다.
실제로 신종훈은 당시 국가대표 전지훈련지인 독일에서 AIBA 직원이 내민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신종훈은 “계속 거부하다가 사인한 것은 맞지만 영어로 돼 있어 정확한 내용을 몰랐다. 내가 불안해하자 AIBA의 한국인 직원이 ‘일단 사인하고 나중에 못 뛰게 되면 소각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즉, 계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선수가 APB 경기를 모두 뛰었을 때 받는 대전료는 1년에 800만원 정도다. 만약 신종훈이 전국체전을 포기하고 APB에 나섰다면, 800만원을 받는 대신 ‘무소속’ 신분이 될 공산이 컸다. 특히 인천시청과의 계약이 올해로 끝나는 신종훈 입장에서는 재계약 또는 다른 소속팀을 찾기 위해 전국체전을 반드시 뛰어야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신종훈은 전국체전에 출전하지 못해도 자신을 지원해 줄 스폰서만 있다면 APB 선수로 뛸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대한복싱협회에도 인천 아시안게임 전부터 스폰서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협회는 매번 ‘기다려 보라’는 얘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11월 APB 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신종훈에게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그러나 신종훈은 이를 거부하고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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