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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밥은 먹었니

입력
2014.11.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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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의 구자는 입구구자이다.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하루 세 끼 날마다 밥상을 차리는 것은 중노동이다. 배달식과 외식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사서 다듬고 조리하고 보관하고 치워야만 한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먹을 게 없고, 깜빡 놓치면 곧잘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 배고픔이 귀찮아지지 않기 위해, 즐거운 식사를 위해, 따뜻한 포만감을 주기 위해 그 모든 걸 엄마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요즘은 개방형 부엌이 대세고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 준비를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것도 있는데 가족이 함께하는 이 짧은 시간에는 의외로 많은 것들이 오고 간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나를 위해 홍차를 보내주기도 하고, 애들 먹이라며 빵과 과자를 건네주기도 한다. 김장철이 되니 갓 담은 배추김치, 총각김치를 건네주는 이웃들도 있다. 정감 어린 선물들인데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먹을 것 속에 담기는 것은 따뜻하고 고마운 일이다. 음식을 먹으면 입과 턱이 움직이고, 심장 박동이 조금 빨라지고, 피가 돈다. 상대방을 넉넉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함께 밥 먹자며, 술 한 잔 하자며 언제 지킬지 모를 약속을 해댄다. 서로에게 건네는 관심의 표시이자 다정한 인사일 것이다. 밥은 먹었니, 라고 말을 건네는 마음을 우리는 안다. 멀리 있는 당신, 오늘 하루도 끼니를 거르지 않았으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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