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진 튀니지 대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세속주의 성향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87)와 이슬람계의 지지를 받는 시민운동가 몬셰프 마르주키(69) 어느 쪽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개표 결과 과반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한 두 명이 12월 28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튀니지 국영방송의 이날 출구조사 결과 27명 후보 중 에셉시의 득표율이 47.8%로 가장 높았고 마르주키가 26.9%로 뒤를 이었다. AP통신은 아랍의 봄 여파로 이어진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을 되찾길 바라는 튀니지 국민의 표심이 에셉시 후보에 쏠린 것으로 분석했다. 마르주키 지지에는 민주화 개혁의 동력이 이어지길 바라는 표심이 반영됐다.
에셉시 후보는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세속주의 정당 니다투니스의 지도자로 과거 벤 알리 정권에서도 요직을 두루 지냈다. 마르주키 후보는 독재정권 시절 반체제 활동을 했으며 벤 알리 전 대통령 축출 후 임시대통령을 맡아왔다. 제2당인 이슬람주의 엔나흐다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사실상 마르주키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었다.
튀니지는 장기독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벤 알리 축출 후 대통령은 외교, 안보를 맡고 총리가 나머지 모든 행정을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로 권력 구조를 바꿨다. 지난달 총선에서 세속주의 정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어떤 형태로든 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후 니다투니스와 엔나흐다가 축이 돼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의 정권 출범이 유력하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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