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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寒流' 중국에 잠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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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寒流' 중국에 잠식 중

입력
2014.11.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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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TV 등 제조업 이어 저가공세 펴며 질주 한국 위협

올 초 요르단 아타랏 전력회사의 오일셰일 발전소 프로젝트(사진)에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 건설사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사업 규모(6억달러)가 대단히 크지는 않지만 중동 최초로 540㎽급 오일셰일 발전소를 짓는 공사였고, 경험을 쌓으면 추가 수주가 가능한 잠재력이 큰 프로젝트였다. 입찰에 참가한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은 저마다 “우리의 텃밭인 중동이고, 대형 플랜트 건설에 있어선 한국 건설사들의 경쟁력이 우월하다”며 수주를 자신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따낸 곳은 뜻밖에도 그 동안 중동 시장에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던 중국 업체(광동전력ㆍGPEC)였다. 건설업계에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렸다”며 탄식이 쏟아졌다. 해외 건설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거센 도발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건설 한류’가 위협받고 있다. 스마트폰, TV 등 제조업 분야에서 저가 공세를 펴며 무서운 질주를 하고 있는 중국이 해외 건설시장에서도 막강한 자본력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며 글로벌 건설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1965년 태국에 첫 진출을 한 이후 연간 해외건설 700억달러 수주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우리 건설업계에 대형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실제 우리 기업들이 중국 업체에 고배를 마시는 사례는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3일 이라크국영석유프로젝트공사(SCOP)는 6억6,700만달러(약 7,240억원)규모의 '나씨리야 원유저장탱크 프로젝트'의 시공사로 중국의 CPPB(China Petroleum Pipeline Bureau)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나씨리야 지역에 7기의 원유저장 탱크를 건설하는 사업. 한국의 대우건설,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프랑스 앙트레포즈, 일본의 도요엔지니어링과 엔카의 컨소시엄, 인도 펀지로이드 등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들어 화제가 됐지만 수주전의 승자는 가장 지명도가 낮은 중국 업체였다.

중동뿐만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고속철도가 깔리고 마천루가 오르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지역에도 중국 건설업체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과거 중국 정부의 막강한 차관 지원을 앞세운 저가 수주가 그들의 주력 무기였다면, 어느새 이들은 서구 건설업계로부터 터득한 기술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변화는 이미 국내업체의 수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23일 해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22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아시아 지역 수주량은 13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19억달러)에 90억달러 가량 못 미친다. 중동 지역도 올해 선전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실적이 302억달러로 2010년(472억달러)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 건설사 임원은 “실적 변화에는 여러 영향이 있지만 중국의 공세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 위기 후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유럽 건설사나 엔저(低)를 무기로 한 일본 업체 등의 공세도 점점 강해지고 있어 국내 건설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 등을 등에 업고 주요 지역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 점점 더 가속화할 수 있다”며 “해외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건설 공사로의 전환 등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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