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3D 애니메이션 준비 중인 재일교포 3세 에지 한 슈미츠 감독
주인공 더빙 맡길 탈북 학생 찾아 대안학교 후원 행사장까지 방문
“예의와 법규를 왜 지켜야 하죠? 축구도 전투가 되는, 약육강식이 그 곳의 환경인데요.” 한 탈북 학생은 뮤지컬 ‘미운 오리 새끼’에서 북한의 환경을 이렇게 노래했다. 공연은 탈북자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가 설립 10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에서 연 후원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모(24)씨의 노래 ‘홀로 아리랑’이 이어졌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이를 지켜보던 재일교포 3세 에지 한 슈미츠(44) 감독의 볼에 눈물이 흘렀다.
한 감독은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에게 목소리를 입혀 줄 탈북 학생을 찾기 위해 이 자리를 찾았다. 그는 3D 애니메이션 ‘북한’(가제)의 시나리오를 탈고하고 제작을 준비 중이다. 애니메이션은 1960~70년대 앞다퉈 조국 북한으로 돌아갔던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다.
이 애니메이션은 북한의 인권 실상을 그리는 것이지만 북한을 정치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 사회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를 담는다. 한 감독은 “인간을 선하게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데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 남자 아이는 부모에 이끌려 북한 땅을 밟는다. 워낙 궁핍한 탓에 아이는 남의 빵을 빼앗고, 남을 헐뜯는 것으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의 잘못으로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하자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를 자문하면서 태도를 바꾼다. 그가 남을 돌보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도 변화한다. 선한 일을 보면 사랑의 호르몬이 분비돼 자신도 남을 도우려고 하게 되는 ‘옥시토신 효과’라고 한 감독은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은 북한 주민들도 서로 돕는 인간성을 회복하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감독의 설명은 들은 전씨는 “함경북도 언성에서 풀죽으로 간신히 연명하다 10년 전 두만강을 건넌 이후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아직 두렵다”면서도 “목소리로 북한 동포들을 도울 수 있다면 힘 닿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뮤지컬에서 교사 역할을 맡았던 임모(25)씨는 “북한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건 처음”이라며 “북한에서 고생했던 경험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고 했다.
한 감독은 만화 위인전과 다큐멘터리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잇따라 발표한 ‘달라이 라마’와 ‘체 게바라’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등 네 편은 13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로 팔려 나갔다. 2012년에는 일본 NHK와 다큐멘터리 ‘행복’을 제작해 필름 페스티벌 12곳에서 수상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려는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겨울왕국’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북한 인권 영화를 만들기 위해 3D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만난 배우 중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맡길 인물을 조만간 선택할 계획이다. 탈북 학생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로 영화에 숨을 불어넣고 싶어서다. 그는 “애니메이션은 특히 주제곡과 주인공 목소리에 따라 관객들에게 주는 감동의 무게가 다르다. 누가 맡게 될지는 개봉 전 알려드리겠다”고 귀띔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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