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가구당 한 달 150장 필요
후원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어..."올해가 가장 고비일 것 같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중계동 산 104번지. 평지라곤 찾아보기 힘든 산비탈에 판잣집들이 빼곡하다. 1,600여 가구가 있는 이곳의 실제 거주 가구는 1,000가구 정도. 18일 찾은 이 마을에서 빈집과 그렇지 않은 집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동네 전체가 을씨년스럽다.
‘백사마을’이라고 불리는 이 동네는 1967년 정부가 도심개발을 이유로 청계천, 안암동, 용산 등의 무허가 판자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제 이주를 추진하면서 형성됐다. 2009년에는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빠져나갔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졌고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독거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백사마을에서 주민보다 만나기 쉬운 건 다 타고 남은 연탄과 줄지어 있는 새 연탄이다. 마땅히 연탄을 보관할 데가 없어 담벼락에 비닐을 씌워둔다. 서울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3,000여 가구의 5분의 1인 600여 가구가 이곳 백사마을에 산다. 마을 초입에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서울사무소인 서울연탄은행이 이 중 450여 가구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58) 목사는 10년 전인 2004년 백사마을에 들어와 일일이 연탄사용 가구를 조사한 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탄을 실어 날랐다. 그러다 보니 허 목사는 노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반가운 얼굴이다. 하지만 올해 연탄 후원이 급감해 허 목사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가구 당 하루 평균 4장을 땐다고 하면 한 달에 150여장이 필요하고 6개월에 800장 정도를 평균 소비량으로 보는 데 현실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올해가 가장 고비일 것 같아요. 작년에는 121만4,000여장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절반인 60만7,000여장 정도입니다.”
추운 날씨 탓인지 백사마을에서 주민을 만나기는 어렵다. 야채가게를 하는 오영숙(81) 할머니는 이곳에 거주한 지 올해로 45년째다. “사람이 많이 없으니까 장사가 잘 안 돼. 그래도 그냥 계속 하는 거지 뭐 별 수 있나.” 할머니는 야채장사로 키운 자녀들을 모두 타지로 떠나 보내면서도 백사마을을 지키고 있다.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아. 서울에서 이렇게 시골냄새 나는 동네가 어디 있겠어. 여기 사람들은 정도 참 많아. 지금은 많이 떠나버려서 그렇지.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지…”
26년째 살고 있는 야채가게 맞은 편의 주재현(54)씨는 “개발 문제로 빈집이 늘어나면서 마을이 삭막해졌다”며 “노인들만 사는 집이 많고 연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화재 위험도 높다”고 혀를 찼다.
허 목사는 연탄 한 장 값이 500원, 한 장 무게가 3.65㎏이라면서 “10장을 기부하면 사람의 체온인 36.5도가 된다”며 어려운 이웃이 고단한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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