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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 인생의 포근한 겨울을 바라며

입력
2014.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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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연구원이 세계보건기구의 가족주기모형을 토대로 가족이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이 최근 40여년 사이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신혼기와 가족확대기는 짧아진 반면 자녀를 결혼시켜 모두 떠나보낸 뒤 노부부만이 남는 ‘빈 둥지 시기’는 오히려 길어져 막내결혼 후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31.5년이나 된다고 한다. 30년도 더 되는 시간을 황혼의 노부부만 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40년 전에 비해 13.4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모두 10년 전의 것들이다. 지난 10년 사이에는 또 얼마나 빈 둥지 기간이 늘어났을까?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겨울채비를 미처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겨울이 코앞에 성큼 다가온 기분을 느끼고들 있는 것 같다. 우리 인생의 겨울채비는 무엇으로 해야 할까. 우리는 돈을 많이 벌면 아무 걱정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혹은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서 모든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그 돈이 우리가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는 때까지 우리 수중에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재무자원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다. 즉 재무적 문제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적절한 관리에 있으며 이것이 바로 재무설계다.

재무설계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삶을 살기 위해, 즉 우리의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제, 얼마나 돈을 벌 것인지, 어디에 쓸 것인지, 사고나 질병, 실직, 조기은퇴 등 예기치 않은 위험에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장기 계획으로 재정적인 자원의 적절한 관리를 통해 삶의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다. 인생이란 항해에서의 지도나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협회와 한 은행이 공동으로 수행한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재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실제로 재무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극소수이며 재무목표 달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바로 종합적인 재무설계였다. 소득이 적더라도 재무설계를 하는 가계는 그렇지 않은 가계에 비해 두 배나 저축을 더 많이 했으며, 재무설계를 하는 가계들은 재정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스스로 이런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행복한 노후’라는 재무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의 은퇴준비 상태를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이를 채우기 위한 실행을 하는 재무설계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실수를 한다. 우리가 자주 범하는 큰 실수 중의 하나가 계획을 하지 않는 것이며 이보다 더 큰 실수는 계획을 세워도 실천을 하지 않거나 너무 늦게 시작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제일, 그리고 유일한 원칙은 빨리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65세가 될 때까지 노후에 필요한 돈으로 2억5,000만원을 모은다고 할 때(이자율이 6%라고 가정) 만일 은퇴하기 10년 전(55세)부터 노후준비를 시작한다면 매달 151만8,000원을 저축해야 하지만 30년 전(35세)에 시작한다면 24만8,000원씩 저축하면 된다. 좀 더 빨리 40년 전(25세)부터 준비한다면 한 달에 12만5,000원을 저축하면 된다. 매달 10여만원을 저축하는 것과 150여만원을 저축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쉬울까?

아무리 쉬워도 스스로 행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우리가 아플 때 병원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무적인 문제가 있다면 재무주치의를 찾아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재무주치의로 좋은 사람은 국제공인재무설계사나 국내의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인증한 재무설계사 자격인증 등 전문성을 갖추고 종합적인 재무설계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볼 줄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좀 더 따뜻한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은 나와 함께 할 재무주치의를 찾아봐야겠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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