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정보 속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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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보 속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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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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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홍수가 갖는 의미

점점 거세지는 빅데이터 열풍

정보의 정확성과 해석이 관건

비 오는 날과 월요일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신 이들은 야구를 무척 사랑한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는 월요일에는 시합을 안 하며, 돔구장이 없기 때문에 비가 오면 경기를 쉰다. 어떤 이는 학문의 눈으로 야구를 바라보기도 한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이미 학술적인 탐구대상이 된 지 오래다. 미국에서는 축구가 야구나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인기가 없다. 그 이유를 각종 통계치를 제공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 야구나 농구, 미식축구 등에 비해 축구의 통계자료는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학자들은 일단 데이터가 방대하면 즐거워한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손해볼 건 없다는 생각이다.

실로 요즘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서양의 철학자 칸트가 평생 습득한 정보의 양보다 하루에 쏟아지는 인터넷의 정보가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칸트가 이룬 지식과 철학의 세계에 버금갈만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단지 정보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며, 어떤 경우에는 많은 정보가 혼란을 가져오곤 한다. 정보를 이해하고 여러 정보들의 중요성과 정확성을 따져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 많은 정보는 도리어 오랜 시간을 요구하고 선택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정보들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얼기설기 얽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해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도리어 과한 정보는 혁신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자연이 무한의 생명을 허락하지 않은 것처럼 불멸의 기업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성장해 거대해지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자원이 더욱 많아진다. 정보의 해석과 의사결정의 과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보다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끊임없는 혁신이 일어나야 하지만, 어느 순간 사회의 변화보다 기업의 혁신 속도가 느려진다. 거대한 기업의 혁신이 느려지는 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선 날렵한 움직임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얼마 전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빅데이터의 열풍이 여전하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큰 데이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너무 방대한 탓에 분석할 엄두를 내지 못해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던 데이터를 살펴볼 기술이 생겼다. 이를 통해 그동안은 몰랐던, 자료 속에 숨겨진 새로운 비밀을 찾아내는 것이 요즘의 빅데이터 연구다. 서울의 심야버스 노선을 정하기 위해 사람들의 이동양상을 이해하는데 휴대전화의 위치정보를 활용했다. 서로 얼기설기 엮여 있던 버스와 휴대전화 정보를 함께 살펴보며 활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빅데이터 연구가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는 이미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끊임없이 추천 상품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나와 비슷한 유형의 구매 양상을 보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물품을 나에게도 보여주는 것인데, 상당히 정확하다. 이외에도 맞춤법을 검사하는데도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는 문법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하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에 존재하는 자료로부터 해답을 찾는다. 가령 ‘나는 학교를 간다’라는 틀린 문장을 쓴 경우 인터넷에는 ‘나는 학교에 간다’라는 글이 더 많이 있으므로 ‘를’보다는 ‘에’가 맞는다는 답을 알려준다. 번역 또한 같은 내용을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와 그리스어로 나란히 적어둬 상형문자 해석이 가능하도록 해 준 로제타석의 원리가 적용된다. 동일한 신문기사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 등으로 각국의 신문에 실린다. 이런 자료가 많이 쌓이면 각국의 언어를 문법은 전혀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짝을 맺어 번역을 해낼 수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넘치고도 남을 만큼의 많은 정보가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는 것이 별로 없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괜히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만 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행복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ㆍ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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