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원대 숙원 사업, 내년 초 기종 선정 양강 구도
‘하늘의 주유소’라 불리는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의 기종 선정이 내년 초로 예정된 가운데 참여업체 간 경쟁도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4대의 공중급유기 도입에 1조4,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가운데 미국 보잉사의 KC-46A와 유럽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의 A330 MRTT,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MMTT 3개 기종이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이 앞다투어 현지공장을 취재진에 공개하는 등 사실상 양사의 경합으로 레이스가 진행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에버렛에 위치한 보잉사 공장에서 만난 보잉 관계자는 KC-46과 공군과의 상호운용성을 강조했다. 다수의 미국산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 공군이 공중급유기로 KC-46을 도입하면 수리, 정비가 용이하고 한미 연합 작전 수행에 있어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잉 관계자는 “KC-46은 장비 부품 조달, 훈련 등을 용이하게 해준다”며 “생화학전과 핵전쟁 상황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KC-46은 현재 개발 단계에 있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A330 MRTT는 이미 개발이 완료돼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6개국이 도입할 예정인 반면 KC-46은 시제기 4대 중 현재 1호기의 생산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KC-46의 개발이 완료되는 2017년은 공군이 1호 공중급유기를 들여오기로 한 시점과 동일해 작전수행능력을 확인하는 데 제약이 있다. 중간에 개발이 지연되거나 미 공군의 인도가 우선시되면 도입에 차질도 불가피하다. 보잉은 미 공군에 2017년 18대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179대 인도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앞선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헤타페 에어버스 공중급유기 공장에서 진행된 현지 브리핑에서 에어버스 는 A330 MRTT이 공중급유와 병력수송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민항기 A330-200을 개조한 A330 MRTT의 경우 같은 민항기인 B-767을 개조한 KC-46에 비해 공중 급유는 물론 수송인원 규모가 크다. 에어버스 관계자는 “A330 MRTT의 큰 용량은 공중에서 일어나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A330 MRTT의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영토가 좁은 한반도에서 부피가 큰 공중급유기는 유사시 활주로를 이용하는 데 제한을 받는데다 공중급유와 수송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횟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당초 12월 중으로 기종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절충교역 문제로 인해 내년 초로 일정이 연기됐다. 절충교역이란 무기 판매와 함께 기술 이전 등의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 교역으로 방사청 관계자는 “최소 1∼2개월의 추가 협상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버렛(미국)=정승임기자 choni@hk.co.kr 헤타페(스페인)=국방부 공동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