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지지...14% 민주당 압도
일본인 다수가 아베 총리의 국회(중의원) 해산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가올 총선에서는 현 여당인 자민당을 대부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뭘까. 자민당에 맞설 야당이 그야말로 지리멸렬이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이 21,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일본 총선에서 비례 대표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를 물은 결과 자민당이 41%로 가장 많았다. 한때 반세기만의 정권교체를 달성했던 최대 야당인 민주당은 14%, 연립여당인 공명당 6%이었다.
하지만 이 응답이 이번 중의원 해산을 반긴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는 중의원 해산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65%로 긍정(27%)의 두 배를 넘었다. 아베 내각의 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46%가 부정적으로, 4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는 것을 1년 반 연기한 데 대해서는 찬성(59%)이 반대(35%)보다 많았다.
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할 권한이 있다. 물론 해산의 명분은 중요하다. 향후 치러질 총선 의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중의원 해산의 중요한 이유로 소비세 인상 연기를 들었다. 아직 경기가 제대로 부양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 인상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재원 확충을 위해 증세를 표방한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소비세 인상 방침을 밝히며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 해산을 결정한 것과 내용은 정반대이지만 닮은 형국이다.
일본의 중의원 해산은 기존 정권에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독이 된 대표적인 경우가 민주당 정권이다. 당시 노다 총리는 중의원 해산 이후 선거로 무려 250석(전체 480석) 넘게 잃었다. 그보다 7년 앞선 자민당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郵政)민영화를 화두로 내건 중의원 해산으로 약 60석을 더 얻었다. 물론 당시는 대중 선동에 능한 고이즈미라는 정치인의 역량도 한몫을 했다.
아베는 고이즈미의 재판일까, 노다의 뒤를 밟을까. 대중적인 인기로 본다면 아베는 고이즈미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일본 국민이 정책 전반에 실망을 표시한 민주당 정권 정도는 아니다. 투표가 치러지면 여당이 지금보다 표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아베가 소비세 인상 연기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얻겠다고 중의원 해산을 발표하면서 연립여당 과반의석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지금보다 80석 이상을 잃어도 국민의 신임을 얻었다고 둘러댈 수 있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현 자민당은 이처럼 모순으로 중첩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가 높은 것은 ‘야당 부재’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번 일본 중의원 해산은 아베의 신임보다 민주당을 위시한 일본 야당의 존재를 묻는 선거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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