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아직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고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외무부 북핵담당 특임대사가 밝혔다.
22일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6자회담 차석 대표인 로그비노프 특임대사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핵비확산회의에서 이 같이 말하면서 “러시아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비확산체제에 위협을 가하면서 지역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러-북 관계에 심각한 장애가 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아직 러시아나 주변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할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 정세와 핵 비확산체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그비노프 대사는 이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한국, 일본 등이 취하는 군사적 조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비대칭적 대응으로 러시아와 중국 등의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6자회담은 여전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남아있으며 회담 재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등이 북한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서 차별적 요소가 없어야 한다”며 “북한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과 우주 공간 이용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이 권리를 이용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요구를 이행함으로써 제재에서 벗어난 뒤에나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이 핵무기 비확산조약(NPT)에 기초해 그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의 핵 포기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그비노프 대사는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와의 협력에 동참하려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 외에 다른 전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밖에 북핵 문제로 인한 동북아 지역의 연쇄 핵무장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한국에서 벌써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고 한국의 핵무장 시도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편 송일혁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는 한 한반도의 실질적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서) 핵무기 사용을 상정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한반도 분쟁을 억지할 메커니즘이 없는 상태에서 군비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어떤 분쟁도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시에 북한의 핵무기는 특정 국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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