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의 전투 활동을 기존 계획보다 최소 1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비밀명령에 서명했다고 21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비밀명령은 애초 미군이 올해 말로 종료할 예정이던 아프간에서의 전투 작전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명령에 따라 아프간 주둔 미군은 탈레반이나 다른 무장단체가 미군이나 아프간 정부를 위협할 경우 내년에도 전투 활동에 나설 수 있으며 전투기나 폭격기, 무인기를 동원해 아프간 정부군의 전투 임무를 지원할 수도 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탈레반 대원이 미군이나 연합군을 직접 위협하거나 알카에다를 직접 지원할 경우 적절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미군이 정기적인 순찰이나 탈레반에 대한 공격임무를 수행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명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5월 밝힌 아프간 내 미군의 역할 축소·철수 관련 계획과 달리 미군의 역할을 더 확대한 것이다. 애초 오바마 행정부는 아프간에서 미군의 전투 임무를 올해 말로 종료하고 내년부터는 아프간군에 대한 교육 지원과 대테러 활동으로 역할을 축소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아프간 주둔군 규모도 올해 말까지 9,800명으로 줄이고 내년 말에는 그 절반으로 차례로 줄여 2016년 미군 전원 철수와 아프간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득세로 악화한 이라크 상황과, 아프간에서 남은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요구한 미군의 압력 때문에 애초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전임자인 하미드 카르자이와 달리 미군의 광범위한 임무 수행에 대해 더 협조적이라는 것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최근 아프간에서는 수도 카불을 중심으로 정부 관계자와 외국인을 상대로 한 탈레반의 테러가 거의 매일 발생해 사상자가 잇따르는 등 치안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