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런 베커 지음
웅진주니어ㆍ44쪽ㆍ1만2,000원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다. 그림이 이야기한다. 눈여겨 보면 들린다. 그걸 듣고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건 독자의 몫이다.
주인공은 어린 소녀다. 심심해서 엄마한테, 아빠한테, 언니한테 가지만 놀아주지 않는다. 그러다 자기 방 구석에서 우연히 빨간 펜 한 자루를 발견한다. 마법의 펜이다. 무엇이든 그리면 진짜가 나타난다. 덕분에 소녀는 놀라운 여행을 시작한다. 벽에 문을 그리고 그 문을 열자 멋진 숲속이다. 개울을 건너고, 조각배를 타고, 기구로 하늘을 난다. 날으는 양탄자가 데려다준 나라를 구경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소녀의 여행에는 아슬아슬한 순간도 살짝 들어있다.
장면과 장면을 연결해 줄거리를 짜는 재미는 글자를 읽는 데 서툰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다. 상상은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유롭게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자신만의 환상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주인공 캐릭터에서 표정이나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독자는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미국의 신진 그림책 작가 애런 베커는 이 책으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펜으로 윤곽을 그린 다음 하나하나 수채화로 채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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