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었던 15일 서울 신촌을 찾은 회사원 박지영(27)씨는 거리 한 복판에서 북(드럼)치는 이색 체험을 했다. KT가 11월 한달 간 진행하고 있는 ‘기가북’행사에서다. 박씨는 “눈치보지 않고 거리에서 북을 치고 나니 후련해졌다”며 “기업의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거부감도 없었다”고 말했다.
치열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쉴 공간을 주면서 자연스레 제품 체험 기회도 제공하는 ‘휴(休)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휴 마케팅은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편하게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한 쪽에 꾸미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치유’(힐링)를 위한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거나 거리, 지하철역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선호도를 높이는 한편 잠재 고객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최근 ‘기가 팍팍, 기가 산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KT는 매 주말 서울과 대전, 부산 등 인파가 많은 곳에 대형 북을 설치하고 행인들에게 직접 북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체험자들의 호응도 뜨겁다. 8, 9일 첫 개최지였던 대전에서는 이틀 동안 3,000여명이 몰렸을 정도다. 이 행사를 통해 KT는 지난달 새로 출시한 기가인터넷의 인지도를 끌어 올리고, 이용자에게 힘이 되는 서비스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겠다는 목표다.
KT는 앞서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서 기가인터넷과 울트라고화질(UHD) TV 등을 직접 써볼 수 있는 ‘기가집’도 운영한 바 있다. 전통 기와집에 머물면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체험하는 이색 콘셉트로, 32명만을 모집한 숙박에는 1,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신훈주 KT 마케팅부문 상무는 “기가북이나 기가집 같은 이색 휴 마케팅은 체험자들이 스스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아 구전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토요타코리아도 지난달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커넥트 투’(connect to)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을 열었다.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장과 달리 ‘휴식의 숲’을 주제로 누구나 찾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최근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 자사 전자책 단말기인 크레마 시리즈를 써볼 수 있는 열린 독서 공간 ‘크레마 라운지’를 선보였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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