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시기는 추후 논의키로… 꽉 막힌 남북대화 물꼬 기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휴전선을 넘어 육로로 평양을 방문한다.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 등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은 21일 개성공단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측과 실무접촉을 갖고 이 같이 합의했다. 양 측은 다만 방북시기는 추후 열릴 2차 접촉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 여사의 방북이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하면서 “(방북) 경로문제는 육로로 가는 것에 합의했고 숙소도 (전에) 두 번 묵었던 백화원초대소로 합의했다”며 “두 군데 어린이집, 애육원을 방문하는 것도 (북측이) 수용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여사님께서 고령이신데 평양을 방문하시겠다고 한 것을 높이 존중하고 평가하면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나왔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방북 시기와 인원에 대해서는 “여사님께 보고해 의논한 뒤에 2차 실무접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협의에서 이 여사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북측에서 그에 대해 ‘한다, 안 한다’는 말은 없었다”면서도 “원 부위원장이 ‘윗분의 뜻을 받들어 왔다’고 한 게 함축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여사의 방북은 남북간 대화 재개를 위한 탐색전의 의미를 갖는다.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으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북측이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안이 산적한 남측 모두 등을 돌린 채 마냥 시간을 끌기엔 부담스럽다. 이 여사와 김정은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이 여사를 통해 김정은의 친서나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가 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이 여사의 방북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이번 방북이 관계개선 보다는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다음달 17일이 김정일 사망 3주기라는 점이 우리 정부로서도 껄끄러운 대목이다. 이 여사 측으로선 이 즈음에 방문할 경우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때 북측이 개성에서 조화를 전달해 온 답례 성격을 띄는 것이지만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게 부담 요소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공교롭게 (사망 3주기와) 겹칠 수 있는데, 고령인 이 여사의 건강과 날씨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방북시기를 협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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