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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그땐 그랬지

입력
2014.11.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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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아주머니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날씨는 추운데 볕이 푸진 날이었다. “날씨가 참 추워.” “옛날에는 내복도 변변찮아서 구멍이 나도 그냥 입고 다녔잖아.” “나는 10년 전에도 그랬어. 살 만해졌는데도 내복이라도 있어 다행이던 시절이 자꾸 떠올라서.” “아, 왜 그랬어. 자식들이 안 사줬어?” “사줬지, 사준 것만 한 보따리야. 근데 죄스럽더라고. 그땐 왜 그랬는지 몰라. 지지리 궁상이었지.” 캔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던 아주머니 둘이 사이좋게 웃었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돈가스를 만들려고 고기를 썰고 있었다. “엄마, 옛날에 레스토랑 할 때는 이렇게 고기 두껍게 안 썰었잖아.” 칼질을 멈추고 엄마가 말했다. “그땐 돈 한 푼이 얼마나 귀했는데. 돈가스 한 장이라도 더 팔아야 너희들 옷 입히고 밥 먹이고 학교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기가 얇아지더라.” “너무 얇게 썰었어, 양심적으로.” 나는 짐짓 호들갑을 떨었다. “야, 그래도 맛은 좋았다. 시골에 가서는 새벽 댓바람부터 일어나 아궁이에 불 때고, 소읍 넘어와서는 온종일 돈가스 팔고. 고생이 그냥 내 일이겠거니 했다.” 고기를 다 썬 엄마가 갑자기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그땐 진짜 왜 그랬지?” “지금 이렇게 나한테 옛날이야기 해주려고 그랬던 게 아닐까?” “하하, 진짜 그런가 보다. 다 큰 너한테 분풀이하려고 그랬나 보다.” 엄마는 웃고 있었지만 웃음에서 진한 소금기가 느껴졌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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