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보다 무대 실력 기준으로 마케팅에서 자유롭게 뮤지션 선별
톡톡 튀는 음악 200편 넘게 축적...올 연말 특집은 한국의 일렉트로닉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 사이에 꽤 알려진 네이버 온스테이지라는, ‘라이브 음악 영상 아카이빙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 4년간, 실제로는 거의 5년 정도 여기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사실 불필요한 오해나 추측을 피하고 싶어 누구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다. 이 프로젝트에서 드디어(?) 빠지기 때문이다. 그 기념으로 세 가지 정도를 짚어보고 싶다.
애초에 온스테이지는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주류 댄스 음악 중심으로 재편된 구조 안에서 점점 자신의 음악을 알릴 창구가 줄어드는 음악가들을 위한 명함을 만들자. 음악가의 명함이란 곧 음악이고, 영상이 중요해지는 온라인 환경에서 그것은 라이브 영상이 적절했다. 애초에는 2년 정도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신(scene)의 규모가 그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4년이 됐다. 그 동안 온스테이지가 축적한 영상은 200편이 넘는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홍대 앞 카페 겸 클럽 벨로주의 사장인 박정용 대표의 “제대로 쌓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가”란 말을 인용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네이버 뮤직의 서비스로 알고 있지만, 온스테이지는 네이버문화재단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래서 브랜드 마케팅 혹은 대기업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란 관점에서 진지하게 다룰 만하다고 본다. 덕분에 포털 사이트의 트래픽 유지 부담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완전히 무관한 것은 아니다) 상태에서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된 음악가들을 섭외해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즐거웠다. 사실 기준이라기엔 다소 거친 대원칙 밖에 없는데, 일단 음반의 완성도보다는 라이브의 완결성을 기준으로 삼을 것,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고려하되(보편성)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에 종속되지 말 것, 기획위원 3인 이상이 라이브 공연을 보고 논의할 것, 그리고 자신이 기획위원임을 외부에 굳이 알리지 말 것 정도였다. 마지막은 기준보다는 규칙에 가깝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 룰이 온스테이지에 공헌한 바가 있으리라 본다. 어차피 아는 사람은 알았지만 그걸 빌미로 신에 뭔가를 요구하진 않았다고 자신한다. 명성과 권력 혹은 ‘완장질’은 미묘한 차이를 가지는데 그것이 결국 평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온스테이지는 매년 특집을 진행한다. 올해는 ‘한국의 일렉트로닉’이란 주제로 전자음악 뮤지션을 소개하고 있다. 예상대로 반응이 그리 많지 않다. 아직까지 이 장르는 낯선 이방인처럼 오해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음악은 실제로 음악의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21세기의 음악이 전에 비해 미디어와 비약적으로 가까워지고, 그래서 이전에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같은 것들이 중요하게 혹은 분리될 수 없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거의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전자음악 붐은 이런 식으로 테크놀로지와 결합하면서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 점에서 이번 4주년 특집 영상을 남다른 기록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동시대의 어떤 변화를 포착하고 기록하는 것은 늘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 회에는 타마 로즈가 출연했고 두 번째에는 하임과 미디어 아티스트 파펑크의 영상이 실렸다. 사람12사람과 같은 현재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전자음악가들이 몇 팀 더 등장할 예정이다. 온스테이지의 4주년에 이들을 소개할 수 있고 거기에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서비스와 기획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기진 않을 것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면 좋겠다. 당신과 이 감각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