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ㆍ정회성 옮김
풀빛ㆍ264쪽ㆍ1만3,000원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이다. 그러나 이 간단한 명제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1724년 독일의 수학자 크리스티안 골드바흐는 짝수를 늘어놓고 계산하던 도중 경험적으로 이 성질을 발견했다. 이후 이 명제를 증명하는 것이 수학계의 대표 난제가 됐다. 슈퍼컴퓨터로 400경까지 이 성질이 성립함을 확인했지만 반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한 증명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명제를 '골드바흐의 추측'이라고 부른다.
수학을 전공했던 작가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핵심 소재로 삼아 진리를 향한 열망을 불태우는 수학자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소설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일생을 바친 가상의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의 기이한 일생을, 그를 통해 수학에 매료된 조카의 눈으로 지켜본다.
작중 페트로스는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으나 어릴 적부터 골드바흐의 추측에 사로잡힌 나머지 겉보기에 불행한 삶을 산다. 가장 위대한 수학자들과 같은 반열에 놓이고 싶다는 명예욕으로 난제를 붙잡았지만 연구 결과를 공유하면 다른 이들이 먼저 문제를 풀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과 압박감에 시달린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가 발표된 이후에는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에 일생을 바치고 있다는 불안감에 빠져 버린다.
이룰 수 없는 욕망에 지친 인간과 신비스런 구도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페트로스는 논리로만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수학자들의 삶에 신선한 매력을 부여한다. 이 소설은 1992년에 쓰여졌고 골드바흐의 추측 증명이라는 과제를 향한 새 도전자들을 모았지만 아직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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