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스테인리스 압연부 직원들은 요즘 제품 사이에 끼워 넣는 종이 한 장도 소중히 다루고 있다. 코일 표면에 흠집을 방지하기 위해 넣는 이 간지(間紙)를 아끼는 것만으로도 연간 6억8,000만원이나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무심코 버린 종이 한 장 한 장을 세심하게 다루는 것은 물론 자투리까지 정확히 자로 재 남김없이 쓴다.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재사용률이 50%에 달했다. 한번 사용한 종이를 많게는 3번까지 쓰게 돼 연간 50억 원에 달하는 간지 구매비용의 약 14%를 아끼게 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정신으로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에 나서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철강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한 권오준 회장의 경영 방침과 상통한다.
포항제철소 내 전 공정에서 품질 향상이 눈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 제철소는 자체 고유기술을 적용해 조선용 초고강도 후판 ‘EH47강’의 불량 제로화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EH47강은 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 제작에 사용되는 고강도강이다. 주로 갑판 위 구멍 테두리에 사용된다. 조선용 후판재 가운데 강도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영하 40℃까지 보증해 극한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포항제철소는 투자 없이 EH47강의 품질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은 물론 제조원가를 낮추고 빠른 납품도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얼마 전 제강부는 성분이상 스크랩(Scrap)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제철소 및 외주파트너사 직원 25명으로 ‘일일 품질 패트롤팀’을 결성했다. 이들은 용강(쇳물)의 성분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특수원소 함유 물질이 제강공정에 투입되지 않도록 철저한 스크랩 선별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패트롤팀 가동으로 ‘성분이상 발생률’을 75% 이상 낮춰 연간 24억여 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품질기술부는 최근 연주 슬래브(slab)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화학성분 혼합 부위판정’ 기술을 개발해 제품의 품질불량을 조기에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외에도 포항제철소는 자체 품질보증 시스템인 ‘Q-CAPS(Quality-Check And Pass System)’를 새로 구축해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Q-CAPS는 제품 생산 공정의 모든 조업실적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2중 검토 시스템이 활용돼 조업 공정간 불량도 자동으로 관리된다.
10월 21일 이정식 포항제철소장을 비롯한 임직원 350여명은 지난 10월 21일 포스코 본사 대회의장에서 ‘Q-CAPS 정상가동 선포식’을 열고 품질불량 방지 및 개선활동 가속화를 위해 전 직원의 시스템 활용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정식 포항제철소장은 “과거엔 첨단 선진기술을 뒤따르는 것이 목표이자 과제였다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제품과 기술을 앞서 개발하고 스스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구축해 고객만족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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