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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홀대의 부메랑… 한국 부정적 묘사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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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홀대의 부메랑… 한국 부정적 묘사 늘었다

입력
2014.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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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1년 동안 4개 부처장만이 외신 브리핑

외신들의 부정적인 응대… 비난 수위도 훨씬 높아져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지난 8월 외신기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 위해 해외 23개국(127개 매체) 353명이 취재등록을 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지난 8월 외신기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 위해 해외 23개국(127개 매체) 353명이 취재등록을 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토사구팽(兎死狗烹) 대응에 외신이 뿔났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필요에 따라 외신 관리조직을 개편해 왔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외신을 이용해 위기극복 노력을 적극 홍보했지만 위기를 벗어나면 다시 소홀해지는 식이었다. 외환위기를 겪던 김대중(DJ) 정부는 1998년 8월 대통령 훈령으로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6개 부처에 최초로 외신대변인을 두었다. 또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외신기자 120명과 오찬을 갖는 등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해 나가면서 외신대변인은 DJ정권 말 2개 부처에만 남았다. 금융위기 끝 무렵인 2010년 이명박(MB) 정부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를 앞두고 해외홍보비서관을 신설하고 외신 유치에 나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역시 2011년 12월 해외홍보비서관을 없애고 대신 외신대변인을 두어 사실상 외신을 상대하는 기능을 줄였다. 필요할 때만 외신을 찾는 것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국가정책을 연구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외환위기가 몰아치던 98년부터 외신팀(경제뉴스분석팀)을 두고 외신보도를 분석하는 외신정보를 제공하다 작년에 팀을 해체했다. KDI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해외 시각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커 외신을 연구했지만 지금은 외신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며 “필요한 사람이 개별적으로 외신을 검색해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급에서 4급으로… 외신에 대한 관심도 ‘뚝’

외신의 한국관련 보도에 오보가 나오고, 부정적 시각이 늘어난 배경에 외신에 대한 관심과 소통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 방송의 한 외신기자는 “MB 때는 부처를 취재할 때 청와대를 통하면 수월했는데, 지금은 청와대에 문의해도 연결이 안 된다”며 “청와대 대변인에게 질문을 하면 모른다는 답변이 많아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MB 때까지 청와대 외신 책임자 직급이 1급이던 것을 4급으로 강등시키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전 정권에선 해외언론비서관, 해외홍보비서관 등 ‘1급’ 비서관이 외신을 상대했다. 높은 직급에 걸맞게 고급정보 접근이 가능했고, 개방직 인사여서 부처 고위급과 소통하며 외신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1년 12월 손지애씨를 마지막으로 해외홍보비서관이 폐지되고 외신대변인이 신설되며 기능이 축소됐다. 현재 유명희 청와대 외신대변인은 외교부 출신으로 4급인 참사관급이다. 부처 대변인들이 국장급(3급)인 점을 감안하면 고위직과 유기적으로 소통하기에 직급이 낮다는 지적이다.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는 “공무원 사회 특성상 낮은 직급의 대변인은 역할에 분명 한계가 있다”며 “잘못된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기 어려운 자리라 운신 폭도 좁다 ”고 말했다.

스킨쉽 소홀한 정부, 외신들은 답답

정부의 외신홀대는 ‘스킨쉽’ 횟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역대 정권은 출범 1년 차에 외신을 상대로 향후 국정과제와 계획을 설명하는 장관급 브리핑을 개최했다. 브리핑을 한 장관수를 보면 노무현 정부 8명, MB 정부 6명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4명에 그쳤다. 현 정부는 스킨쉽 횟수뿐 아니라 브리핑 강도 역시 약하다. 이전 두 정권에서는 외교부, 산업부, 지식경제부 등 주요 부처뿐만 아니라 국무총리까지 브리핑할 정도로 외신을 각별히 관리했다. 외신이 가장 관심 있는 외교, 국방, 경제 문제에 대해 정부가 터놓고 소통한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환경부, 통일부, 경제부총리, 공정위 등 4개 부처장만이 브리핑을 진행했다.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리더를 키우겠다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고사하고 타 부처 고위급 인사들이 출범 2년 여 동안 한번도 외신을 마주하지 않은 것이다.

외신과의 불통은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2월 부임한 유명희 외신대변인은 공식 간담회나 브리핑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다. MB 때 손지애 해외홍보비서관이 외신을 상대로 매주 브리핑 한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유 외신대변인은 “티타임이나 오찬을 통해 외신의 궁금증에 응대한다”며 “외신도 청와대 e-브리핑을 통해 보도자료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서울서 활약 중인 한 외신기자는 “세 정권을 겪었지만 지금 외신대변인은 이름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며 “지금이 가장 폐쇄적인 정권인것 같다”고 했다.

외신 홀대 이후 한국 부정적 묘사 증가

외신 홀대 때문인지 최근 들어 외신 논조가 거칠어 지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일방적인 내용의 뉴스도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혼란스러운 성장계획’이라는 4일자 사설을 통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노선을 맹비난했다. 기획재정부가 악의적 보도라며 틀린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자 WSJ은 12일자에 반론문을 게재했다. 이보다 앞선 1월 13일자 사설에서 NYT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 경력 때문에 “식민통치와 독재시대 이야기를 국사 교과서에 담는 것을 우려한다”고 틀린 사실을 보도했다. 정부는 항의한 끝에 간신히 2월11일자 오피니언 란에 반론문을 실었다. 이런 보도는 취재환경이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외신들의 불만과 무관치 않은 분위기다. 무엇보다 현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외신 논조는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였다.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 대학원 교수의 논문 ‘NYT에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 변화 추이 연구’에 따르면 김영삼(YS)정부 초기(1994년 4월~95년 3월)에 비해 MB 정부 초기(2009년 4월~2010년 3월)때 긍정적인 논조가 약 8% 포인트 증가(26.7% →34.2%)했다. 이는 ▦한국 기업의 약진 ▦영화, 음식 등 한류의 부상 ▦각종 스포츠에서의 선전 등으로 정치 외적인 보도 비율이 늘어난 데 기인했다. 그러나 본보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NYT 논조를 MB정부의 천안함 참사 때와 비교한 결과, 부정적 논조가 20% 포인트 가량 더 많았다. 두 참사는 정권초기 발생한데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대응미숙에 따른 인재로 희생이 커진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참사 이후 3개월 간 보도에서 세월호의 경우 기사 31건 중 61%(19건), 천안함은 45건 가운데 44%(20건)가 부정적 논조였다. 기사 어조에서도 ‘무능한 정부’‘경제성장 이면의 안전불감증’‘총리 사임은 정치 이벤트’등 세월호에 대한 비난 수위가 훨씬 높았다. 기사의 핵심인 제목과 첫 문단에서 보이는 ‘강한 부정’역시 세월호가 전체 기사의 35.5%로 천안함(24.4%)보다 10% 포인트 가량 높았다. 이 교수는 “외신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므로 꾸준히 열린 자세를 유지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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