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비슷해 시청자들 구분 잘 못해, 작년부터 매출 급증 대기업 진출 러시
SK브로드밴드 내달 사업 개시, 신세계도 벼룩채널 인수 추진
정부 "업무영역 불분명" 규제 강화, "TV홈쇼핑 보호 조치" 반발
디지털TV 시대를 맞아 T-커머스가 부상하면서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T-커머스란 TV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로, 문자 이미지 등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정부의 보이지 않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명과 암이 엇갈리고 있다.
2005년 국내 도입된 T-커머스는 프로그램 연동형과 독립형 두 가지였다. 프로그램 연동형은 드라마 속 배우가 입고 있는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을 TV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소개하면 이를 보고 주문하는 방식이다. 독립형은 TV 홈쇼핑처럼 케이블TV,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에 아예 별도 채널을 개설해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독립형만 남아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SK 신세계 태광 등 대기업들이 속속 T-커머스에 뛰어들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2005년 당시 정부가 T-커머스 사업을 승인한 업체는 총 10개로 KT 자회사인 KTH, SK브로드밴드, 태광 티브로드 계열의 아이디지털홈쇼핑, TV벼룩시장, 드림커머스 5개사와 CJ, GS, 현대, 롯데, NS 등 기존 TV홈쇼핑 5개사다.
이들은 당시만 해도 사업성이 보이지 않아 실제 사업을 한 곳은 KTH와 아이디지털홈쇼핑두 곳뿐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KTH는 지난해 거래규모가 200억원을 넘었고 올해 6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디지털홈쇼핑도 거래규모가 지난해 22억원에서 올해 11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T-커머스 시장 규모가 7조8,000억원대로 추산한다.
T-커머스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것은 기존 TV홈쇼핑과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 화면 덕분이다. T-커머스는 TV 화면 한 켠에 기존 TV홈쇼핑처럼 영상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고, 화면 일부는 자막 등으로 제품 설명, 구입 방법 등을 알려준다. 주문은 TV리모컨, 스마트폰 앱, 전화 등으로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기존 TV홈쇼핑 채널과 구분이 가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TV 채널을 돌리다가 상품 판매 화면이 나오면 모두 TV홈쇼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T-커머스가 성장하자 다른 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우선 SK브로드밴드는 다음달 중순에 T-커머스 사업을 본격 개시한다. 상품 공급과 주문은 관계사인 SK플래닛의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와 제휴를 맺고 추진한다.
다만 기존 방송사업자의 경우 자체 방송에서 제공할 수 없게 돼 있어서 IPTV업체인 SK브로드밴드는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TV인 태광 티브로드를 통해 T-커머스 방송을 내보낸다. 대신 SK브로드밴드는 KTH와 태광 아이디지털홈쇼핑의 T-커머스 방송을 내보낸다.
신세계도 T-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당초 신세계는 드림커머스를 통해 T-커머스 사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커머스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바로 정부 규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에서는 방송법 개정을 통해 T-커머스의 실시간 방송 금지를 검토 중이다. TV홈쇼핑처럼 실시간으로 방송하지 말고 상품 별로 주문형 비디오(VOD) 형태의 동영상을 화면에 띄워 놓고 시청자가 선택해 재생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T-커머스가 기존 TV홈쇼핑과 구별이 되지 않아 업무 영역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화면 크기까지 규제하려 한다. 동영상이 전체 화면의 49% 이상 넘지 말라는 것. 이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 임의 규제 형태로 이뤄졌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기존 승인제를 등록제로 바꿔 T-커머스 사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T-커머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T-커머스 업체들은 이를 TV홈쇼핑 업체들의 견제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T-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실시간 편성 금지, 화면 크기 제한 등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제한하는 권익 침해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등록제로 바꾸면 진입장벽이 낮아져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결국 이 모든 규제들이 TV홈쇼핑 업체들만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